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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제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는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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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제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는 심리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9-08-28 03:00수정 2019-08-28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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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더 채찍질해 달라” 말하고 엉뚱하게 정책비전 발표 강행한 건
진실 마주 못하는 방어기제의 발동… 국민이 그에게 짐 지운 적 없는데
고통스러워도 짊어진다는 건 유사종교적 ‘진리 정치’로의 퇴행
송평인 논설위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쏟아지는 의혹 속에서 정작 해명은 제대로 하지 않고 더 채찍질해 달라고 말하거나 엉뚱하게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부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건 진실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저항으로 볼 수 있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대개 수치심을 일으키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과거의 경험이다. 분석자가 그런 경험을 들춰내려 하면 피분석자는 말을 돌리거나 거짓이라며 화를 낸다. 이것을 저항이라고 한다. 조 후보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구나 다 언행불일치가 있어 보통은 사돈 남 말 하듯 하지 못한다. 조 후보자는 자기가 한 말을 잊은 듯이 행동하거나 자기가 한 일을 잊은 듯이 비판할 때가 종종 있다. 특목고가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자녀를 외고에 보내 의대까지 진학시키고, 장학금은 경제 중심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자녀는 장학금을 연거푸 받도록 한다. 자신 속의 모순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다 보면 억압된 충동이 무의식으로 침잠해 있다가 타인에게서 같은 모순을 발견할 때 자신도 모르게 강한 반감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오프라인에서의 예의 바른 조국과 온라인에서 거친 말을 쏟아내는 조국은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같이 괴리가 커 때로 두 명의 조국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를 실제 만나 보면 잘생긴 데다 너무 예의가 발라서 오히려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만들 정도라고 한다. 그런 사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는 학자적 비판이 필요한 대목에서 ‘구역질 난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고, 사과하는 사람을 향해 “파리가 앞발을 비빌 때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다. 퍽∼”이라며 가학 성향의 청소년 같은 발언을 쏟아놓는다.

조 후보자 역시 모든 자식들처럼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졌을 것이다. 건설업자의 생리를 갖고 있으면서 사학재단 이사장의 반듯한 면모를 유지해야 했던 아버지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부친 살해’로 표상되는 아버지 극복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자식이 거세 공포를 느끼고 알게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으로 끝난다. 조 후보자가 남에게 하는 말과 자신의 행동을 완벽히 분리해서 다루는 능력은 그런 환경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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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 후보자에게는 일반적인 정신분석의 틀을 넘어서는 특수한 심리구조가 있다. 그는 사모펀드를 기부하고 사학재단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고 자녀 문제에 대해서까지 사과하고 난 뒤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 해서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은 성경에서 예수가 한 기도를 상기시킨다.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하나님께 십자가 처형의 쓴잔을 옮겨달라고 간청하면서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대로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일견 조 후보자가 거의 성인(聖人)에 가까운 정신 상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이 그에게 무슨 짐을 지운 적이 없다. 국민의 다수는 오히려 그에게 짐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그 스스로 자신은 진리의 편에 있고 진리의 편이 자신에게 지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진리가 아닌 편에 선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에게 가하는 고통을 참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진리의 편과 아닌 편을 구별하는 이분법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래 이른바 ‘진리의 정치’를 관통하는 사고방식이다. 이것은 과거 절대 종교와 싸우면서 내 편과 네 편 사이의 토론과 합의를 존중하는 전통을 세운 민주주의적 사고로부터 유사종교적 사고로 후퇴하는 일종의 퇴행이다. 조 후보자가 버틸 수 없을 지경에 왔다고 여겨지는데도 버티고 있는 것은 이런 의식의 퇴행이란 측면에서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공지영 안도현 이외수 등 그나마 문학을 했다는 자들이 보여주는 유아기적 패거리 의식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을 이념의 외톨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실은 자신이 이념의 외톨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역설을 정신분석은 보여준다. 집안에서는 오이디푸스도 되지 못한 채 아버지의 구태를 반복하는 자들이 스스로도 혁신하지 못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혁신하겠다고 나서 안보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고 민주주의마저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조국 혐의#조국 딸#진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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