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결론 전 김현종-비건 면담…“끝나고 코멘트 하겠다”

비건 지소미아 관련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정의용 안보실장 청사에 깜짝 등장 "비건 안 만나"
면담서 지소미아 연장, 한미일 안보협력 중점 논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방한 중인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문제와 북미 실무협상 재개 등을 논의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한 김 차장은 ‘비건과 무슨 논의를 하느냐, 지소미아도 (논의에) 포함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면담 끝나고 코멘트를 하겠다”라고 짧게 대답한 뒤 면담 장소로 이동했다.

곧이어 오전 11시께 비건 대표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건 대표는 지소미아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들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날 김 차장이 도착하기에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정부청사에 깜짝 등장했다. 정 실장은 ‘비건 대표와 만나 지소미아를 논의하냐, ’오늘 오후에 지소미아 재연장을 결정하느냐‘는 취재진들의 여러 질문들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비건과 따로 만나느냐‘는 물음에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정 실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지소미아 연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청사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과 비건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조만간 개시될 가능성이 높은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한미 간 비핵화 전략 공조방안을 사전 조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21일 한미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측을 향해 비핵화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특히 오는 24일 지소미아 연장 기한을 이틀 앞두고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의 중요성과 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관련한 의견교환이 중점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9일 일본 외무성 고위당국자와 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일 연대 방침을 재확인한 비건 대표는 지소미아가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 차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검토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맞선 대응조치라는 점을 설명하고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미측에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조치로 우리를 연일 압박하면서도 대북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지소미아는 유지하고 싶단 뜻을 내비치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냐, 연장이냐를 놓고 정부는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지소미아 연장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정부로서는 고민을 계속 할 것”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전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선 강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외무상이 3국 협력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2차장은 비건 대표와의 회동에서 미국의 최종 입장을 반영해 이날 오후 열리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에서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NSC 상임위에서의 논의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재가가 이뤄지면 청와대는 이날 오후 늦게 정부의 최종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