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든 홍콩시위대… 지하철역 청소하며 강경진압 우회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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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은 상처는 없애기 어려워”
경찰이 쏜 최루탄 흔적 지우며 국제사회에 평화시위 지지 호소
“中정부가 조직적 가짜뉴스 유포” 트위터-페북, 900여개 계정 삭제
駐홍콩 英총영사관 직원 中서 실종

“홍콩과 함께해 달라” 16일 홍콩 지하철 콰이퐁역 내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승차권 발매기를 닦고 있다(왼쪽 사진). 이들은 19일에도 주룽반도삼서이보 지하철역에서 ‘청소 시위’를 이어갔다. 홍콩 당국이 지하철역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체포한 것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홍콩 대학생이 주축인 시민단체 ‘프리덤 홍콩’은 19, 2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주요 언론에 “홍콩과 함께해 달라”는 호소문을 실었다. SCMP 홈페이지·프리덤 홍콩 페이스북 페이지
“홍콩과 함께해 달라” 16일 홍콩 지하철 콰이퐁역 내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승차권 발매기를 닦고 있다(왼쪽 사진). 이들은 19일에도 주룽반도삼서이보 지하철역에서 ‘청소 시위’를 이어갔다. 홍콩 당국이 지하철역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체포한 것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홍콩 대학생이 주축인 시민단체 ‘프리덤 홍콩’은 19, 2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주요 언론에 “홍콩과 함께해 달라”는 호소문을 실었다. SCMP 홈페이지·프리덤 홍콩 페이스북 페이지
19일 홍콩의 반중 시위대가 ‘청소 시위’에 나섰다.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홍콩 주룽반도 삼서이보 지하철역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지하철역을 청소했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물티슈 및 걸레 등을 이용해 승차권 발매기와 주변 약도가 그려진 지도 등 역내 시설을 20분간 닦았다. 불특정 다수가 특정 장소에서 짧은 시간 동안 약속된 행동을 한 후 흩어지는 ‘플래시몹’ 형태다.

시위대는 “최루탄 가루를 말끔히 닦은 것”이라며 “더러운 때는 닦아서 없앨 수 있지만 시민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없애기 힘들다”며 홍콩 당국의 강경 진압을 비판했다. 홍콩 경찰은 11일 콰이퐁역 등 주요 지하철 역내에 들어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체포했다.

최근 홍콩 시위대는 공항 점거, 지하철 운행 저지 같은 물리력 행사 대신 평화 시위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및 홍콩 당국의 탄압 빌미를 줄이고 일반 시민 및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다. 시위대는 24일에도 평화 집회 및 시위를 열기로 했다.

홍콩 대학생이 주축인 시민단체 ‘프리덤 홍콩’은 19, 20일 미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13개국 16개 신문에 “중국 지지를 받는 홍콩 정부와 경찰의 만행은 일상이 됐다. 추락하는 홍콩을 잡아 달라”는 호소문을 실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후원받는 크라우드펀딩으로 게재 비용을 마련했다. 100만 달러(약 12억10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11일부터 시작된 펀딩은 하루 만에 2만2200여 명이 참여해 185만9900달러를 모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CNBC 등은 거대 소셜미디어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홍콩에 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계정을 적발해 이를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날 계정 936개를 없앤 트위터는 “해당 계정은 의도적으로 홍콩 시위의 정치적 위상을 약화시켰다. 조사 결과 국가적 후원에 의한 조직적 작전이라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위터는 최소 20만 개 계정이 선전전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도 홍콩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 페이지(7개)와 그룹(3개), 계정(5개)을 삭제했다.

미국 고위 관계자도 중국을 압박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홍콩에서 폭력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과 무역협상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시위와 무역협상을 연계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같은 날 “중국은 홍콩 사람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가세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20일 시위대에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조사위원회’ 구성을 거부해 성사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영국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 매체 ‘홍콩01’에 따르면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 직원 사이먼 정 씨(28)는 8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선전에 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1842∼1997년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은 “중국이 반환 당시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지키지 않는다”며 비난해 왔다.

한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반경 시위를 지지하는 글들이 가득한 도심 ‘존 레넌’ 벽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가해자는 피해자들이 시위 주제로 얘기하는 것을 듣고 갑자기 이들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홍콩시위#송환법 반대#청소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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