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부자가 배우는 경제]‘경제 공룡’ 美-中 환율싸움에 한국은 새우등 터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결제 화폐로 주로 쓰이는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기축통화로 인정하며 사용 중인 달러가 쌓여 있다. 동아일보DB
결제 화폐로 주로 쓰이는 화폐를 ‘기축통화’라고 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기축통화로 인정하며 사용 중인 달러가 쌓여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미국은 중국을 ‘○○○○국’으로 지정했습니다. 자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을 늘리려고 의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를 말하는데요. 무슨 국가일까요?

정답은 ‘환율조작국’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미국 내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등 여러 제재 조치를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양국의 무역 갈등이 환율전쟁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이란 자국의 화폐와 다른 나라와의 화폐를 바꾸는 비율입니다. 화폐를 바꿀 때는 기준이 되는 화폐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달러입니다. 그래서 달러는 화폐를 교환하는 기본 축이 되는 화폐(통화), 즉 기축통화(key currency)라고도 합니다.

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었을까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44개국이 모여 합의를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달러는 언제든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이른바 ‘브레튼우즈 체제’에 모두가 동의한 것이죠. 이로써 달러는 국제 간 금융거래, 국제 간 무역거래에서 결제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 환율은 어떻게 계산할까

뉴스를 들어보면 ‘원/달러 환율’ 같은 표현을 씁니다. 환율을 읽을 땐 뒤에서부터 읽고 해석하면 됩니다. 원/달러 환율은 1달러를 구입하기 위해 얼마의 원화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위인거죠.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걸 보면 어떤 나라의 화폐 가치가 높아졌는지 낮아졌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에서 1200원대로 오르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우리나라 돈을 더 많이 줘야 달러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겠죠. 같은 값의 달러를 사기 위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한 나라의 환율이 상승하면 자국 돈의 평가가 떨어졌다는 의미로 ‘평가절하(下) 됐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반대로 환율 하락은 원화를 조금만 줘도 달러를 바꿀 수 있으니 대외적으로 우리나라 돈의 평가가 올라간 것이므로 ‘평가절상(上)’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환율은 수치로 올라가면 가치는 떨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 환율은 왜 주식처럼 오르고 내릴까

환율은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변동합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상품 수출이 늘어나고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 국내에는 달러가 많아지게 됩니다. 이처럼 달러의 공급이 많아지면 반대로 달러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은 그 밖에 물가나 금리, 정치·사회적 여러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죠.

환율은 화폐를 사고파는 ‘외환시장’에서 결정됩니다. 일반 시민은 우리나라 화폐를 외국 돈으로 바꾸려면 은행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은행은 외환시장에 참여해 고객이 필요한 외국 화폐를 사거나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화폐를 팔기도 합니다.

○ 환율이 미치는 영향

환율은 먼저 개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외국 여행을 가 보는 게 소원인 영수 씨는 1년 전부터 열심히 저축을 했습니다. 목표했던 200만 원을 모아 비행기표를 사고 호텔을 예약하는 등 여행 준비를 하려는데 갑자기 환율이 치솟았습니다. 1년 전 환율은 1달러에 1000원이었는데 이제 1달러에 1200원이 된 것입니다. 환율이 무려 20% 상승하면서 여행에 필요한 자금도 240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돈이 모자란 영수 씨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여행을 포기하고 말았죠.

환율은 개별 국가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환율이 오르면 우리나라의 수출 상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감소합니다. 싼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으니 수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겠죠. 수출 증가는 국내 생산 증가와 고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수출과 생산이 감소해 고용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환율의 오르고 내리는 정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이유

환율에는 여러 제도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가 있는데 우리나라 등 대부분의 국가는 외환시장에서 가격이 바뀌도록 하는 변동환율제를 이용합니다. 고정환율제는 국가가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해놓는 것입니다. 매일 외환시장이 열리기 전에 기준 환율을 공시하고 관리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사용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중국의 런민은행은 일정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일 수 있도록 환율 변동폭을 직접 관리합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관리변동환율제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중국은 원래 1달러를 사기 위해 중국 돈 5∼6위안을 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환율이 1달러에 7위안 수준으로 오른 것입니다. 환율 변동에 중국이 직접 개입했다고 판단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습니다.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최근 지속된 미중 무역전쟁과 연관성이 깊습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의 각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 왔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물건 값을 비싸게 유지해 중국의 수출량을 줄이려고 한 거죠. 그러나 위안화/달러 환율이 오르자 중국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게 됐고, 미국의 관세 조치는 쓸모없어지게 됐습니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및 환율전쟁으로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인 우리나라도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관세 부과, 보복 관세, 추가 관세를 거치더니 이제는 환율전쟁으로 확대됐습니다. 경제 공룡들의 패권싸움에 주변 국가들의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어 글로벌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