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옹호 ‘내재적 접근’과 경솔한 언행 판치는 자격미달 안보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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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동아일보DB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동아일보DB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내정자는 그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해 “역으로 보면 비핵화하겠다는 이야기”라는 주장을 폈다. 즉 “비핵화를 하고 나면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하고 군비 감축을 해야 되므로 남북한 군사력 균형을 잡기 위해 지금 단거리미사일을 만들어놔야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내정자는 또 북한의 막말 담화에 대해 “대내용이며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해 약을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멘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장관급 공직 후보자가 억지스러운 논리로 북한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주장은 객관적 분석보다는 북한의 입장에 서서 해석하는 ‘내재적(內在的) 접근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도 그제 북한의 막말에 대해 “대미 협상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하는 등 이런 사고방식이 정부 외교안보팀에 광범위하게 깔려 있는 것 같다. 어떻게든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워낙 강하다 보니 모든 걸 거기에 부합되게 해석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그제 라디오에서 “미국에 가서 (중재를) 요청하면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왜 중재를 요청하겠는가.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말했다. 국가안보 책임자급의 간부가 라디오에 나가 다분히 주관적인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 김 차장이 “일본의 전략물자 중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건 ‘손 한 줌’”이라고 한 것도 경솔한 발언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미칠 영향이 구체화되지도 않았는데 아무 일 없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설익은 낙관론을 펴는 것이다. 외교안보 책임자들은 표현 하나하나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한은 최근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신종 단거리 발사체 3종 세트를 시험발사했고, 한일 갈등과 중국·러시아의 동해 침범,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쳐 국민의 안보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교안보팀은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안보정세를 판단하고 신중한 언행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북한 미사일 도발#비핵화#미중 무역전쟁#단거리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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