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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센강의 떠다니는 수영장… 환경이슈 선도하는 佛의 도시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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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센강의 떠다니는 수영장… 환경이슈 선도하는 佛의 도시혁명

김윤종 파리 특파원 입력 2019-08-08 03:00수정 2019-08-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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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파리 19구를 관통하는 센강 지류에 위치한 ‘바생 드 라 빌레트’. 센강 수질 개선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곳으로 강에 설치된 수영장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김윤종 파리 특파원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오후 2시. 프랑스 파리 19구를 관통하는 센강의 지류를 찾았다. 파리시가 센강 안에 조성한 ‘떠다니는 수영장(floating pools)’을 보기 위해서였다. 바로 센강 수질 복원의 희망을 담았다는 ‘바생 드 라 빌레트’다. 지난달 6일 개장한 이 수영장은 강에 있는 시설인데도 바닥이 있어 안전했다. 강물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과를 한 뒤에 쓴다. 수영장은 총 4개로 조성됐고, 길이와 수심은 각각 달랐다. 가장 큰 수영장은 길이 100m, 너비 16m였다. 수심이 약 40cm에 불과한 작은 수영장은 아이들에게 제격이었다. 이용료는 무료다. 수영장에서 만난 시민 에시나 씨(60·여)는 “예전에는 다 강에서 수영을 즐겼다. 강에서 에펠탑을 보는 게 파리지엔의 낭만이었다”며 “어렸을 때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좋다”고 활짝 웃었다. 》

○ ‘파리의 하수구’에 돌아온 연어

녹조 등 이물질이 여전히 많은 파리 시청 일대 센강.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센강에서 수영하는 것은 흔한 일상이었다고 파리 시민들은 얘기하곤 한다. 센강에서의 수영이 금지된 것은 1923년부터였다. 산업 발전의 폐해로 각종 폐수가 유입돼 강물이 점차 오염됐기 때문이다. 이후 상당 기간 센강은 ‘파리의 하수구’로 불렸다. 강변을 산책하던 시민 낭시 씨(38)는 “한동안 물고기 한 마리 보이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1990년대부터 센강 정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각종 폐수 정화 시설에 투자했고 생활용수 및 폐수의 무단 방류에 대한 벌금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으로 2000년대부터 수질이 조금씩 나아졌다. 2009년에는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연어까지 등장해 시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시에 따르면 1990년대 센강에 서식하던 물고기는 장어 잉어 등 네 종류에 그쳤다. 수질 개선 노력이 계속되면서 현재 연어 송어 장어 등 31종으로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물고기가 서식하는 수질과 사람이 안전하게 수영할 수 있는 수질은 엄연히 다르다. 센강 수질 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업그레이드된 정책이 제시됐다. 파리시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는 ‘깨끗한’ 센강을 목표로 내세운 것이다. 이는 2024년 여름올림픽 개최와 함께 추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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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만의 올림픽

파리는 2012년 올림픽 개최에 도전했지만 최종 투표에서 영국 런던에 4표 차로 패했다. 2017년 절치부심 끝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 2024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파리시는 당시 수영 종목 중 일부를 시청 앞 센강에서 치르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투표권을 지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환심을 샀다.

2024년 7월 26일∼8월 11일까지 열리는 파리 올림픽은 1924년 올림픽 이후 파리에서 꼭 100년 만에 다시 열리는 거대 스포츠 행사다. 2014년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안 이달고 시장은 “선수들이 강에서 안전하게 수영하려면 수질이 지금보다 훨씬 더 깨끗해져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2015년부터 ‘파리에서 수영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수질 개선 및 수영장 건설 사업에 나섰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향후 5년 안에 센강 전체 수질을 일반인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깨끗하게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연유로 탄생한 강 안 수영장은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전 유럽에 유례없는 폭염이 닥친 올해 여름에는 주말마다 수영장 입구에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다. ‘바생 드 라 빌레트’에서 근무하는 안전요원은 기자에게 “이용객이 너무 많으면 수질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한 번에 300명, 하루 1000명 정도로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5년 안 수질 개선이라는 어려운 미션

파리시의 계획대로 5년 안에 강 전체 수질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까. 시 중심가를 관통하는 센강 중류지역은 여전히 ‘수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시청을 중심으로 센 강변 2km가량을 약 1시간 걸으면서 강을 살펴봤다. 육안으로도 물이 탁한 것이 보였고, 각종 이물질과 녹조가 가득했다.

최근 죽은 물고기 수백 마리가 센강에 떠올라 파리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제대로 정화 처리되지 않은 폐수가 방류됐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19일에는 한 건설업체가 센강에 콘크리트 적재물을 몰래 버려온 사실도 드러났다. 파리 서쪽 공장들이 밀집된 지역은 여전히 센강을 언제든 오염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수질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이 안전하게 수영하려면 강물의 △대장균 △수은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총유기탄소(TOC)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미생물 분해에 필요한 산소량을 뜻하는 BOD는 L당 2mg 이하, 물속에 포함된 전체 탄소량인 TOC는 L당 3mg 이하여야만 안전하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강물에 녹조가 많이 생긴다. 인체에도 유해하다. 대장균은 100mL당 500개 미만이어야 한다. 그 이상이면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같은 이유로 수은도 물 kg당 0.3mg 미만이어야 문제가 없다.

넘쳐나는 ‘쥐’도 문제다. 수많은 대형 하수구에 아직도 쥐가 많다 보니 이들의 분변이나 시체가 오염시킨 물이 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개인용 선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도 상당하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은 5년 내 ‘수영할 수 있는 센강’이란 시의 목표 달성을 회의적으로 보기도 한다. 광역권 인구 1100만 명, 연간 관광객 1000만 명이 찾는 거대 도시의 수질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2024년까지 최대 10억 유로(약 1조32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는 폐수 및 생활용수 처리장 관리, 강우 시 하수구 범람 방지, 분해시설 보강 등 오염원을 최대한 줄여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센강의 수질 복원 과정은 한강을 떠올리게 한다. 1950년대까지 한강에서의 수영은 서울시민의 일상이었다. 한강 역시 1960년대부터 오염으로 수영이 불가능해졌고,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상수원 개선을 목표로 한 팔당종합대책이 1998년 시행되면서 수질이 조금씩 개선됐다. 현재 서울 노량진을 기준으로 상류 일부 지역은 어느 정도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수질이 개선됐다.

○ 도시 디자인을 넘는 가치 추구

전문가들은 파리시가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들이는 이유에 단순히 올림픽이란 국제행사를 위해 센강 수질을 회복시키려는 것 이상의 함의가 담겼다고 강조한다. 환경 개선을 통해 사회의 질적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려는 유럽 선진국의 발전 방향성이 내포됐다는 뜻이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센강 수질 복원을 “(올림픽을 위한) 상징적인 프로젝트를 넘어 파리 시민과 자연이 다시 연결되기를 바라는 욕구를 보여주는 도시 혁명이 될 것”이라고 정의했다.

최근 2, 3년간 프랑스를 포함한 전 유럽에서 환경 개선 문제는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10년 후 유럽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즉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과 자연이 흡수하는 양이 동일해질 정도로 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공해와 오염을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

이를 반영하듯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환경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녹색당이 이전 선거보다 9.8%포인트 오른 20.5%를 득표해 돌풍을 일으켰다. 유럽 전문가 고주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는 “EU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과 도시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가 센강 수질 복원을 통해 유럽 선진국 중 이를 선도하는 위치에 서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센강#바생 드 라 빌레트#도시 디자인#프랑스 환경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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