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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은 패션 시즌[간호섭의 패션 談談]〈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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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은 패션 시즌[간호섭의 패션 談談]〈23〉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입력 2019-07-27 03:00수정 2019-07-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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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플라스틱아일랜드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장마철이 시작되었습니다. 매년 7월경 시작하여 여름철에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기후 현상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큰 영향을 주어왔습니다.

과거 우리의 삶 속에서 장마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속담입니다. ‘장마에 오이 굵듯’은 좋은 때나 환경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의미이고, ‘장마가 길면 보은(報恩) 색시들이 들창을 열고 눈물을 흘린다’는 대표적 대추 산지인 충북 보은에서 긴 장마로 대추가 여물지 못하면 시집갈 밑천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장마철의 패션은 어땠을까요? 우선 비를 안 맞는 게 목적이었겠죠. 초가지붕을 연상시키듯 짚을 꼬아서 만든 도롱이를 걸쳤습니다. 옷 위에 덧입는다 하여 가의(加衣)라고도 하고 띠(茅草·모초)나 그와 비슷한 볏짚, 밀짚 등으로 만들어 사의(簑衣)라고도 했습니다. 빗물이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바람도 시원하게 들어오니 농촌에서 비 오는 날에 논일을 하거나 서민들이 외출할 때 어깨까지 드리우는 큰 삿갓까지 쓰면 완벽한 친환경 우비였습니다.

직책이 높은 분들에게는 임금님께서 우비를 하사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세종이 1422년 3월 1일 조말생 김이정 등에게 유지(油紙)를 재료로 하여 수레나 가마 등을 덮는 유안롱(油鞍籠)과 안장을 덮는 헝겊인 안갑(鞍匣) 그리고 사의 한 벌씩 우비 일체를 하사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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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장마를 견디기 위한 패션’이었다면 이제는 한 달 남짓한 장마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패션 시즌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 하루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요즘, 우산보다는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우비가 대세입니다. ‘현대판 도롱이’라고나 할까요. 머리부터 써서 어깨까지 드리우는 망토나 판초 같은 단순한 형태로 재질은 비닐 같은 실용성 있는 방수 소재에 컬러풀한 색상과 다양한 수납 기능을 추가해 멋진 레인코트 못지않습니다. 여기에 허리 부분을 조이거나 모자나 깃 등을 탈착할 수 있어 장마철이 아니어도 입을 수 있는 스트리트 패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안에는 비에 젖지 않는 길이의 짧은 반바지나 화려한 무늬의 원피스를 스타일링해, 입는 이의 개성에 따라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할 수 있으니 장마철에는 기본 겉옷의 역할도 톡톡히 해냅니다.

신발은 언젠가부터 긴 길이의 고무장화가 인기입니다. 색상도 다양해졌지만 길이도 다양해 발목까지 오는 짧은 형태도 많이 보입니다. 샌들도 좋습니다. 발이 비에 젖지 않도록 높은 통굽에 식물 느낌의 소재를 사용한다면 인공적인 느낌의 비닐 우비에 친환경적인 느낌을 가미해 의식 있는 패셔니스타로 보일 수도 있답니다.

지루한 장마, 후덥지근한 장마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한 달여, 잠깐 누릴 수 있는 리미티드 패션 시즌이 될 수 있습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장마철 패션#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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