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종차별 발언 맞서 “나도 들었다”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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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Go Back’ 제보 사이트 개설… 하루만에 4800여건 게시물 올라와
트럼프 “이 싸움 이기고 있다” 주장… 오마 의원 소문 거론 공세수위 높여
트럼프 탄핵안 압도적 표차 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인종차별 논란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유명인과 일반인도 속속 자신의 인종차별 경험을 공개하면서 ‘허드투(Heard Too·나도 들었다)’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2017년 말 등장해 전 세계를 강타한 성폭력 폭로 운동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인종차별 경험을 제보하는 ‘Go Back(너희 나라로 돌아가)’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개설 하루 만에 480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왔을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제보자 흑인 여성 셸리 잭슨 씨는 7세 때인 1970년대 초반 생애 첫 인종차별 경험을 공유했다. 당시 한 백인 동급생이 그에게 “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다른 제보자 멕시코계 서맨사 에드워즈 씨(47)도 1990년대 중반 한 식당에서 두 백인 남성에 의해 쫓겨났다. 이들은 그의 가족에게 “멕시코로 돌아가라”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에드워즈 씨는 “부모님은 내가 인종차별을 당할까 봐 스페인어를 가르치지도 않았다”고 했다.

유명인도 속속 가세했다. CBS 등에 따르면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에 출연한 일본계 배우 조지 다케이(82)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틀 전에도 “많은 소수자가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파키스탄계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41)는 트위터에 “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아주 많이 들었다. 심지어 한 달 반 전에도 들었다.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인도계 방송인 파드마 락슈미(49)도 트위터에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은 오랜 무지, 폭력, 백인 우월주의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대표하지 않는다. 2020년 대선에서 투표로 그를 몰아내자”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세 수위를 더 높였다. 그는 17일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 여성 유색인종 하원의원 4인방은 미국을 약해 빠지고 인종차별주의자들로 가득한 곳으로 여긴다. 미국을 싫어하는 그 누구라도 이곳을 떠날 수 있다”며 “나는 이 정치적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 4인방을 공격한 14일에 이어 또다시 떠나라고 종용한 셈이다.

특히 그는 4인방 중 유일하게 미국 밖에서 출생한 일한 오마 의원(37·미시간)에 대한 악성 소문까지 거론했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오마 의원은 13세 때 미국에 정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 의원이 자신의 남자 형제에게 미국 체류 자격을 주기 위해 남매임을 속이고 법적으로 그와 혼인한 적이 있다는 소문을 거론했다. 그는 “나도 들었다. 누군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공격했다. 오마 의원은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민주당 앨 그린 하원의원(텍사스)은 대통령 탄핵안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찬성 95명, 반대 332명의 압도적 차로 부결돼 대통령에게 힘만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의원도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현직 대통령 탄핵의 역풍을 우려해 내년 11월 선거로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입장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도널드 트럼프#인종차별#허드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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