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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악화 따른 안보고립 피하려면…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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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악화 따른 안보고립 피하려면…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입력 2019-07-10 14:00수정 2019-07-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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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미-일 삼각동맹의 해체가 한국의 안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행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는 원칙 아래에서 한국 정부가 어떤 외교·안보 전략을 취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명재하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8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A: 최근 한국과 일본의 정치·경제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되면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효율적으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한·일 안보관계 증진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구원, 영토분쟁 등으로 한·일 안보협력은 그동안 일정한 한계를 노출해 왔으나,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부상으로 실무차원의 실질적인 안보협력은 점증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10월 일본의 제주관함식 불참과 12월 초계기 갈등이 방증하는 것처럼 최근 한·일 갈등은 양국의 안보협력 관계까지 손상시키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가나가와현에서 개최될 예정인 관함식에 일본이 한국을 초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8초 악수’를 한 뒤 등을 돌려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만에 조우한 양 정상은 이날 굳은 표정으로 악수만 나눴고 약식 회담조차 갖지 않았다. 오사카=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미·일 안보협력이 훼손되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커다란 손실입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미국을 매개로 상호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한국은 북한에 대한 인적정보(HUMINT)에서, 일본은 기술 정보(TECHINT)에서 상대적인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에 양국의 정보 공유는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한국은 2014년에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하였고, 2016년에는 일본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였습니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한 축인 한·일 안보 관계의 경색은 미국을 통해 양국 안보정책을 조율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을 초래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정체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권력(positional power)’이 약화됩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5개 국가(일본, 호주, 한국, 태국, 필리핀)와 동맹 관계를,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와 ‘안보 파트너십(security partnership)’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미국이 탈 냉전기 후에 (특히 9·11사태 이후에) 동맹 및 파트너십 간의 연계를 통한 안보 네트워크 구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일동맹과 미·호동맹이 높은 수준에서 연계된 미·일·호 삼자 전략대화(Trilateral Strategic Dialogue, 이하 TSD)입니다. 역내 제반 안보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소)다자적 접근보다는 양자적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안보 네트워크 전략’을 계승·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와의 양자 안보 관계를 증진시키면서, TSD 및 미·일·인도 삼자협력을 ‘4자 안보협력(Quad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이하 Quad)’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올해 1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 진주만의 히컴 기지 활주로 위에서 미 전략폭격기 B-2 스피릿(위)이 착륙을 위한 하강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B-2 스피릿 3대와 미 공군 200명은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 기지를 떠나 히컴 기지에 배치됐다. 이 비행기는 미군의 인도태평양지역 순찰 및 주요 동맹국들과의 군사 협력에 쓰인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동아일보 DB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안보 네트워크의 북방 축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입니다. 미국은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계를 추구해 왔습니다. TSD의 틀 속에서 일본과 호주의 안보협력이 ‘준동맹(quasi-alliance)’ 수준으로까지 급속히 발전한 것과 같이,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 관계도 증진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만약 한·일관계의 지속적인 경색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증진되지 못한다면,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네트워크에서 고립된 행위자(node)로 전락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미국과 일본이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으며, TSD 및 Quad의 예처럼 일본이 미국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연계의 축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범위한 미국주도 안보 네트워크와 분리된 상태로 한·미동맹이 운영된다면, 역내에서 한국의 안보적 위상은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권력’이 약해지면, 중국이 안보적으로 한국을 경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한·중관계 및 북·중관계를 미·중관계의 하부구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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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국은 최근 한·일관계 경색 국면에서도 양국의 안보관계는 훼손되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초계기 사건 등으로 저하된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실무차원의 군사교류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당장 한·미·일 안보협력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것이 어렵다면 우회적 통로를 찾아야 합니다. 일례로 삼국은 필리핀이 2019년 3월에 주관한 ‘태평양 파트너십’ 군사훈련과 4월에 주관한 ‘발리카탄’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5월에는 미국 괌 연안에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4개국 함정이 참가한 첫 번째 해군 군사훈련인 ‘퍼시픽 뱅가드’가 실시되었습니다. 이처럼 2019년 하반기에도 삼국이 역내의 다양한 다자 군사훈련에 함께 참여하면서 한·일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고, 한·미·일이 안보협력의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합니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파푸아뉴기니 라구나 호텔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가졌다. 청와대 제공
아울러 미국이 주도하는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권력’을 높이기 위해 호주 등 역내국가와의 안보협력 관계를 증진시켜야 합니다. 한국과 호주는 2013년부터 격년으로 외교·국방 장관 간 2+2 회담을 개최하는 등 꾸준히 안보협력 관계를 증진해오고 있습니다.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의 남방 축을 담당하고 있는바, 호주와의 안보협력을 더욱 촉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간헐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양국 간 군사훈련인 ‘해돌이-왈라비’ 훈련을 정례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주와 일본의 안보 관계가 ‘준동맹(quasi-alliance)’ 수준으로까지 발전된 이상, 경색된 한·일 안보협력의 우회적 통로로 한국·호주 안보협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역내 주요국가와의 안보협력을 증진하여, 미국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역내국가들끼리의 안보협력도 그물망처럼 엮어지는 추세에 부응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정책공공외교를 강화해 일본이 최근 한·일관계 경색에 대한 ‘한국 책임론’을 확산시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일본은 미국 워싱턴에서 친일적 성향의 이른바 ‘국화파(The Chrysanthemum)’를 동원해 한국의 과거 역사에 대한 집착이 한·일관계 경색을 불러일으킨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일본보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효율적인 정책공공외교를 전개해서 “역사는 원칙대로 처리하지만, 한·일관계는 미래를 지향한다”는 우리 정부의 2트랙 접근을 미국 조야에 잘 설명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한·일관계 경색에 대한 잘못된 ‘한국 피로증(Korea fatigue)’이 확산되면, 미국이 동북아 안보이슈에서 일본의 편향적 주장에 더 귀 기울이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박재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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