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성의 盤세기]함흥 대홍수-사라호 태풍… 처참한 실상 노래에 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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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재난의 상처 보듬다

1959년 태풍 사라호 피해 당시 발표된 신해성의 음반 ‘태풍 14호’. 김문성 씨 제공
1959년 태풍 사라호 피해 당시 발표된 신해성의 음반 ‘태풍 14호’. 김문성 씨 제공
김문성 국악평론가
김문성 국악평론가
“1938년에 북선(北鮮)에는 함흥과 신상을 중심으로 참담한 수해가 있었으며 (중략) 우리는 오직 눈물로서 위문하는 바이며, 이 조그만 눈물의 멜로디를 흘러간 고향집과 형제 앞에 바친다.”

1939년 오케레코드가 발표한 노래 ‘흘러간 고향집’(조명암 작사·김영파 작곡·손목인 편곡)의 도입부입니다. 방예정이 애틋한 목소리의 대사로 함경도 지역의 이재민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노래는 당대의 명가수인 남인수, 이난영이 불렀습니다.

1938년 함경도 지역은 8월 내내 폭우로 고통받았습니다. 8월 12일 내린 비로 함경북도 회암 탄광이 무너져 40명이 몰사하는가 하면, 8월 15일부터 이틀간 내린 폭우로 함흥과 신상, 정평, 단천 일대가 초토화됐습니다. 성천강이 범람해 함흥의 70%가 넘는 가옥이 침수되고, 4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함경도 최대 곡창지대인 신상읍에서는 금진강 제방이 무너져 순식간에 수백 명이 희생됐습니다. 당시 돈으로 1000만 원이 넘는 최악의 피해를 입습니다. 이들의 심각한 피해 상황이 알려지자 만든 노래가 바로 ‘흘러간 고향집’입니다. 이 곡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함흥보다는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신상 지역의 피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1959년 9월 17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재해가 부산을 비롯해 남부지방을 덮칩니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태풍 사라호가 남부지방을 급습해 800명이 넘는 사망자와 1만2000여 채의 주택 파손 등 전대미문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강력한 비바람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시작하는 가요곡 ‘태풍 14호’는 “발을 쿵쿵 구르면서 미칠 듯 통곡한 듯 잃어버린 내 자식이 돌아올소냐”란 애절한 가사로 시작합니다. 태풍 사라호가 빠져나간 뒤 전쟁터를 방불케 한 광경, 그리고 처참한 모습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이 곡은 부산 코로나레코드 사장인 야인초가 작사하고 부산에서 활동한 백영호가 작곡했으며 KBS 전속가수 2기로 데뷔한 신해성이 불렀습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
#재난#태풍 사라호#태풍 14호#함흥 대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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