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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니에 맞선 당찬 女선장…“고문 예고된 곳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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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니에 맞선 당찬 女선장…“고문 예고된 곳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입력 2019-06-30 17:35수정 2019-06-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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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합니다. 또 배를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절박한 게 있습니다. 저는 입항하기로 했습니다.”

29일 오전 1시 독일 난민구조선 ‘시워치3’의 여성 선장 카롤라 라케테(31)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항으로 무조건 입항하겠다고 밝혔다. 라케테는 난민을 불법 지원한 혐의로 이탈리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입항 금지 명령을 어기면 최대 징역 10년과 5만 유로(약 65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질 상황이었다. 결국 라케테는 이날 입항한 뒤 경찰에 체포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영국 대학에서 항해학을 전공한 독일 출신 라케테는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활동하다 지중해 난민들을 돕는 비정부기구(NGO) ‘시워치’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달 12일 리비아 연안에서 고무배를 타고 표류하던 난민 53명을 구조한 뒤 “투옥과 고문이 예고된 곳으로 이들을 돌려보낼 수 없다”며 이탈리아로 뱃머리를 돌렸다.

이탈리아의 반응은 냉정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난민구조선은 밀입국업자와 실질적으로 공모하고 있다. 네덜란드 선적으로 독일 NGO가 운영하는 ‘시워치3’호에 탄 난민은 독일이나 네덜란드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며 난민 수용을 거부했다. 가까스로 난민 13명은 건강 이상 등 인도적인 이유로 이탈리아에 입국했지만 나머지 40명은 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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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케테는 할 수 없이 2주 동안 공해상을 떠돌아야 했다. 그러나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배에 있던 난민들이 힘들어하자 강제 입항을 결정했다. 이탈리아 순찰선은 ‘시워치3’호의 입항을 막으려고 항로를 막았지만 라케테는 교묘하게 이를 뚫고 나갔다. 그가 람페두사항에 입항한 뒤 경찰에 이끌려 끌려나오는 모습은 실시간 보도됐으며 항구에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박수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살비니 부총리는 라케테를 가리켜 “범죄를 저지른 부자, 백인, 독일 여성”이라며 “경찰을 물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SNS에 “범법자를 체포하고 해적선을 포획했다. NGO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고 이민자는 다른 유럽 국가로 보낼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살비니 부총리는 “법원이 라케테 체포를 허락하지 않으면 즉시 추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비니는 향후 5년간 라케테의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난민 40명은 현재 람페두사 소재 난민 리셉션센터로 옮겨져 체류 중이다. 프랑스가 이들 가운데 10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혔고 독일 룩셈부르크 핀란드 포르투갈 등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은 “생명을 구하는 것은 인도적인 의무로 해상 구조를 범죄로 취급해선 안된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압박했다. 라케테 체포가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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