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訪韓, ‘흥미로운 쇼’로 흘러선 안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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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9, 30일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재작년 11월 첫 방한 때도 가려고 했지만 기상 문제로 무산된 만큼 이번에는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접경지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그런 계획은 없다”고 했다.

북한의 트럼프 대통령 친서 공개는 어느 때보다 비핵화 대화의 재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김정은은 친서 내용에 만족을 표시하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런 북한의 반응에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꽤 높다”며 “우리는 어느 순간에라도 당장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앞선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지난주 쌀 지원 카드까지 꺼낸 것도 이런 기대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바람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김정은을 만난 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결과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비핵화의 줄기를 잡는다는 구상일 것이다. 거기에 모종의 이벤트로 돌파구를 여는 그림을 그리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작년 방한 때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 독재체제의 잔혹한 인권 유린을 고발하며 “미국을 과소평가하거나 시험하지 말라”고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전쟁 위기설이 감돌던 당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지만 한반도 상황은 크게 변한 게 없다. 비핵화는 한 치의 진전도 없고 김정은의 태도 변화 징후도 없다. 김정은은 오히려 시 주석의 방북 이후 든든한 뒷배를 얻은 듯 득의만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과 대북 메시지는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물밑에서 전개된 외교적 노력을 잘 포장된 메시지로 공개하는 이벤트도 필요하다. 하지만 실질적 진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낱 쇼였음이 드러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흥미로운 이벤트로 극적인 장면을 기대하기보다는 한미 정상 간 실질적 대화, 나아가 북-미 간 실무협상부터 하는 것이 진정 외교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트럼프 방한#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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