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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다가왔던 인플루언서…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커” [인사이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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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처럼 다가왔던 인플루언서…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커” [인사이드&인사이트]

강승현 산업2부 기자 입력 2019-06-24 03:00수정 2019-06-2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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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누비는 마당발 스타들 일상 공유하며 소통으로 신뢰 쌓아
튀는 아이디어로 대박상품 만들고 관련 산업 키우는 원동력 되기도
최근 ‘호박즙’ 사태로 불신 커져 SNS 상거래 피해도 증가 추세
전문가 “영향력 걸맞은 책임감 필요, 소비자 피해 막을 제도적 장치를”
강승현 산업2부 기자
한마디로 그는 ‘마당발 스타’였다. 텔레비전 한 번 나온 적 없는 ‘보통 사람’이었지만 거리에 나서면 사인 요청을 받을 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펼친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소소한 일상부터 패션 아이템 제안까지 그의 언행이 담긴 개인 계정을 구독(팔로)하는 사람이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그를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 있는 사람)’라고 불렀다. SNS 라이브 방송에서 그는 팔로어(구독자)들을 ‘동생’, ‘언니’라고 불렀다. 작은 친밀감이 쌓이고 쌓여 어느덧 ‘신뢰’가 됐다. 그가 입는 옷, 먹는 음식, 권해주는 제품은 왠지 믿음이 갔다. ‘적극 추천한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기꺼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옷을 잘 입는다는 이유로 그의 소소한 일상을 좇던 사람들은 어느새 그의 물건을 사는 ‘고객’이 돼 있었다.

○ 인플루언서를 ‘신뢰’하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SNS 스타를 추종하고 그가 파는 물건까지 사는 행위에 대해 전문가는 팔로어와 인플루언서 간에 ‘두터운 신뢰’가 형성됐다고 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상 공간이지만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친밀감과 신뢰가 쌓이게 된 것”이라며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를 추종하면서 ‘진짜 친구’처럼 느끼고 믿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 인맥 쌓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가상 공간이지만 인물에 대한 신뢰가 일단 쌓이면 그의 말과 행동을 대부분 믿게 된다. 팔로어 수는 그 믿음을 더욱 두텁게 하는 일종의 ‘촉매제’가 된다. 임 교수는 “인플루언서를 신뢰하기 시작하면 성실함, 건강함, 똑똑함같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추정을 하는 가치 확장이 일어나게 된다”면서 “별다른 검증 없이도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 물건을 파는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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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공유, 친목 도모, 정보 교환의 수단으로 시작했다가 수많은 팬을 확보한 인플루언서가 되면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업계에선 보통 팔로어 수가 5만 명이 넘으면 ‘인플루언서’ 대우를 한다. 유튜브는 구독자 1000명, 전체 시청시간 4000시간이 넘으면 수익 창출을 하는 크리에이터로 분류한다.

고객 타깃이 정확하고 홍보 효과가 큰 인플루언서를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기업은 돈을 들여 그들의 ‘인맥’을 사기 시작했다. 최근 유통업계 대규모 판촉행사에는 거의 빠짐없이 인플루언서들이 초대된다. 이들은 팔로어 수에 따라 하루 일당으로 적게는 10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로어가 1000만 명을 훌쩍 넘는 일부 왕훙(網紅·중국 인플루언서)은 수억 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받는다고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사배(뷰티), 밴쯔(음식) 같은 인기 인플루언서들은 대기업과 손잡고 관련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제품 리뷰나 홍보 역할만 하던 인플루언서가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일상을 공유하며 신뢰를 쌓은 팔로어들은 유명 연예인 광고보다 자신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의 말에 더 솔깃해한다.

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혼자서 상품을 광고,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1인마켓’, ‘세포마켓’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최근 발간한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세포마켓을 올해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전자상거래 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NS 쇼핑 이용실태 및 태도 조사’ 결과 SNS 이용자 3601명 가운데 SNS를 통해 쇼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009명(55.7%)에 달했다.

○ 인플루언서의 배신

‘멋지고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던 인플루언서들의 ‘민낯’이 드러난 건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의 호박즙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식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되는 건 업계에서 이따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사건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해당 쇼핑몰 운영자가 ‘임블리(임지현)’로 잘 알려진 유명 인플루언서였기 때문이다. 팔로어가 80만 명에 달하는 임 씨가 자신의 SNS에 해당 호박즙을 먹는 사진을 여러 차례 올린 이후 많은 팔로어들이 제품을 구매한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사태를 키운 건 임 씨의 ‘불성실한 대응’이었다.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임 씨는 사건 이후 SNS 계정을 닫고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임 씨의 잠적은 사태 확산의 ‘불씨’가 됐다. 이후 임 씨의 쇼핑몰 제품이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거의 그대로 카피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는가 하면, 화장품을 구매한 30여 명 소비자가 ‘피부 질환이 생겼다’며 집단 소송에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임블리 사건 전에는 대형마트 제품을 유기농 수제품으로 속여 판 ‘미미쿠키’와 유명 브랜드 제품 카피 논란을 빚은 ‘치유의 옷장’ 대표 손루미 씨가 도마에 올랐다. 먹방(먹는 방송)으로 유명한 ‘밴쯔’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를 한 혐의(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SNS 상거래 피해 상담 건수는 2015년 506건에서 지난해 869건으로 늘었다. SNS 상거래 피해가 속출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인플루언서 쇼핑몰 조사에 착수했다.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하던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경우 기업 이미지까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고, 계약 절차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피해 막을 제도 보완 서둘러야

직접 제품을 써보고 발품을 팔면서 팔로어들이 궁금해하는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인플루언서는 긍정적이다. 이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때로 대박 상품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관련 산업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단기간에 눈에 띄게 커진 몸집에 비해 견제 장치는 아직 왜소한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하는 건 일부 인플루언서의 사례에 국한되지만 영향력이 워낙 큰 만큼 소비자 피해도 커지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미 지난해 10월 일정 규모 이상의 SNS 판매자를 관리·감독 범위 안에 포함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만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플루언서가 보여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많은 팔로어들은 사건 직후 침묵으로 일관한 ‘임블리’에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가 침묵 대신 바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했다면 사태는 일찍 일단락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임블리는 뒤늦게 사과 영상을 올렸지만 사과보다는 변명과 악성 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알리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팔로어가 240만 명이 넘는 한국계 미국인 인플루언서 ‘젠 임(Jenn Lim)’은 지난해 직접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저품질, 노동력 착취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수세에 몰렸다. 임블리와 비슷한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응법은 달랐다. 그는 계정을 닫는 대신 팔로어들의 댓글을 모두 본 후 즉시 사과 영상을 올렸다. 악성 댓글과 혹평에 대해 “건설적이고 유용한 코멘트에 감사하고 미안하다”며 팔로어들이 지적한 논란에 대해 일일이 사과하고 설명했다. 진정성 있는 자세에 팔로어들은 응원과 신뢰의 글을 보냈고, 팔로어 수는 논란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팔로어들의 ‘지지와 믿음’을 먹고 사는 인플루언서라면 적어도 이 정도의 책임 의식은 필요하다.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는 수준이 아닌 특정 제품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라면 더욱 그렇다.

끼 많은 일반인을 인플루언서 사업가로 키워준 건 그의 팔로어들이었다. 그들의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영향력은 상상하기 어렵다. 매일 일상을 공유하며 애정과 신뢰를 보낸 팔로어들에게 인플루언서의 배신은 친한 친구의 배신 못지않게 충격적일 수 있다. 팔로어들에겐 인플루언서를 탄생시킬 힘도, 몰락시킬 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강승현 산업2부 기자 byhuman@donga.com
#인플루언서#임블리 호박즙#미미쿠키#치유의 옷장 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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