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계단도 잘 오르지 못했는데…남편 따라 산 올라 히말라야 등정까지”[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더보기

“계단도 잘 오르지 못했는데…남편 따라 산 올라 히말라야 등정까지”[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19-06-22 14:00수정 2019-06-22 18:48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4월 히말라야 등정 때 모습. 이정심 씨 제공.

칠순을 앞둔 이정심 씨(67·주얼리 코어디네이터)는 1995년 남편 따라 산을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다. 결혼한 뒤 살림에 매달리느라 건강을 챙기지 못해 어느 순간부터 하루하루 버티기도 쉽지 않았지만 산은 그에게 새 생명을 불어 넣었다.

“건강이 너무 악화돼 지하철 계단도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어느 날 등산에 빠져 있던 남편이 내 손을 끌고 집 근처 근린공원으로 데리고 나갔다. 조그만 언덕만 봐도 힘겨워 하고 눈물을 보이자 ‘나중에 애들 고생시키지 말고 올라봐라’고 해서 오르기 시작했다.”

남편은 근린공원 1년, 그리고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서울 근교 산을 3년 끌고 다닌 뒤 지방의 산으로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솔직히 힘들었지만 자꾸 산을 오르다보니 체력도 붙었다. 무엇보다 공기가 좋았고 정상에 올랐을 때 펼쳐진 광경도 멋졌다. 산은 내게 활력을 줬다. 남편과 함께 하는 즐거움도 컸다. 그래서 매주 산을 찾아 나섰다.”

주요기사

이정심 씨 제공
50대 초반인 2000년 중반 주말마다 시간을 내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남편이 가입한 서울호연산악회 회원들하고 함께 했다.

“당시 15명 중 여성은 나 혼자였다. 백두대간 종주를 6번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난 그 사람들 뒤꽁무니 쫓아다니기 바빴지만 그래도 끝가지 따라 갔다. 낙동정맥과 호남정맥까지 다 종주했다. 사실 당시는 어느 산을 갔다 왔는지도 모르게 산을 탔다. 백두대간 진부령 진고개 27km 구간을 넘고 물도 한 모금 못 마실 정도로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 오를수록 나를 즐겁게 했다.”

8년 전 갑작스레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떴지만 그의 ‘산행’은 멈추지 않았다. 국내 명산은 다 다녀왔다. 이 씨는 2017년 7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오토바이에 쳐 중상을 입기도 했지만 산이 있어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정심 씨 제공


“슬개골 골절로 수술하고 2개월 넘게 병원에 입원했다. 사고가 나는 순간 ‘아 산에 못 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걸을 수 있는 순간부터 계단 손잡이를 잡고 오르내렸다. 다리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2개월 뒤인 9월 23일 퇴원한 뒤 10월 1일 설악산으로 떠났다. 나를 실험하고 싶었다. 그 좋은 산을 못 가면 사는 의미가 없었다. 한계령부터 시작해 대청봉, 공릉을 올랐다. 비선대로 내려온 뒤 펑펑 울었다. 완주한 기쁨이 너무 컸다. 계속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의사 선생님이 사고로 신경과 근육을 다칠 수도 있는데 평소 운동 많이 해서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정상이다.”

지난해 11월 말부터는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도 시작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딸이 엄마 근육량이 줄었다며 웨이트트레이닝 PT(개인 지도)를 끊어 줬다. 많이 도움이 됐다. 주 3회 PT를 받고 시간 날 때도 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근육이 잡히면서 자세 교정이 됐고 피로 회복도 빨라졌다. 근육은 몸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었다.”

이정심 씨가 21일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에서 덤벨을 들며 활짝 웃고 있다.


진광식 파고다헬스클럽 관장(59)은 “이정심 회원은 탄탄한 체형을 선천적으로 타고 났다. 고관절도 안정돼 있고 관절 상태도 좋았다. 그래서 상하체를 조화시키고 코어를 강화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주로 시켰더니 바로 힘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진 관장과 이인혜 PT 트레이너(56)의 도움을 받아 근육을 탄탄하게 키우고 있다.

“올 4월 15일 15박 17일 일정으로 히말라야 등정을 다녀왔다. 고산증 약을 한 알 먹었는데 부작용이 있어 먹지 않고 등정했다. 트레킹으로 고쿄리(5335m)와 촐라페스(5420m), 칼라파트라(5550m)를 올랐다. 너무 행복한 일정이었다. 히말라야는 천상이 따로 없었다. 내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등정하자 ‘좀 일찍 능력을 발견했으면 산악인 오은선처럼 8000m급 봉도 올랐을 것’이라고 함께 간 사람들이 농담하기도 했다.”

4월 히말라야 등정 때 모습. 이정심 씨 제공


이 씨는 히말라야를 무사히 등정하고 온 원동력이 평소 산을 자주 다니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진 관장도 “근육을 키우면 산을 오르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한계를 극복하는 능력도 길러진다”고 했다.

“고산증으로 등정을 시작도 하기 전에 내려온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괜찮았다. 입술이 트고 코가 헌 사람이 있었는데 난 멀쩡했다.”

4월 히말라야 등정 때 모습. 이정심 씨 제공.


이 씨는 5년 전 우연히 배우기 시작한 경기 민요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민요를 하면서 폐활량도 좋아졌다. 복식 호흡을 하며 노래를 부른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이 씨는 경기 민요를 배우면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매달 한번 씩 서울 남부구치소를 찾아 위문 공연을 한다. 또 조계종 행사 때도 공연을 하기도 한다. 민요를 하기 전에는 남 앞에 서는 게 무서웠다. 다리도 떨고. 그런데 어느 순간 5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도 즐겁게 노래하고 있다. 이런 자신감으로 일생생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 씨는 민요를 배우고 무대에 서면서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난 스킨스쿠버도 즐기고 번지 점프도 한다. 한번은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갔는데 한 놀이기구에 ‘55세 이상 금지’라고 써 있어 ‘혹 문제 있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쓰고 탔다. 스릴 넘쳤다.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하면서 살고 있다.”

이 씨는 주중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다지고 주말엔 산으로 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정심 씨가 21일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에서 이인혜 트레이너로부터 스쿼트 지도를 받고 있다.



“지난주에는 강원도 정선 두위봉을 올랐다. 이번 주에는 충북 제천 옥순봉하고 구담봉을 오른다. 매달 마지막 주말에는 강원도 홍천강 일대에서 1박2일이나 2박3일 캠핑을 한다. 이렇게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너무 즐겁다.”

이 씨는 결혼한 자녀들의 ‘손주 봐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있다.

“내가 건강하게 산을 타는 것에 대해서 자식들이 반대하지는 않았다. 내가 일도 하고 있어 바쁘게 지내니 애들이 손주만 봐달라고도 안했다. 그런데 ‘혹 쉴 때 좀 봐주면 안 되느냐’고 했을 때 단번에 거절했다. ‘홀어머니에 8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다 건사하고 결혼해 시동생까지 맡았고 너희들까지 다 출가시켰다. 여기서 애까지 보라고? 내가 너무 불쌍하지 않느냐’고 했다. 난 내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다. 그래서 매주 산을 타며 즐긴다.”

당초 목표로 했던 백두산과 스위스 융프라우, 히말라야를 다녀왔다. 이젠 이 씨에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목표가 남았다.

“솔직히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에 히말라야는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요를 함께 배우는 회원이 간다고 해 따라 나섰고 무사히 다녀오며 자신감도 붙었다. 이제 기회를 봐서 산티아고를 완주하는 게 꿈이다. 산티아고를 다녀오면 새로운 목표가 생길 것이다.”

이 씨는 끊임없이 공부도 하고 있다.

“살면서 불교로 개종했다. 불교의 어려운 용어들을 공부하면서 빠져 들었다. 조계종 기초반을 1년 넘게 다녔고 대학 2년 과정, 대학원 2년 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선문화체험 과정인 선림원 2년 과정에 등록해 1학기를 마쳤다. 동국대 최고경영자과정도 다니고 있다. 뭔가를 배우고 있는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도 크다.”

이 씨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건강하고 즐겁게 ‘자신만의 100세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