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바다가 미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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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태종실록 1431년에는 섬진강 하구에서 굴을, 여수 여자만에서 꼬막을 처음 양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 수산양식 역사는 거의 60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굴, 꼬막에 이어 오래된 양식 품종은 김이다. 인조 때인 1640년 김여익이 광양만을 떠내려 온 참나무에 김이 붙어 자라는 것을 보고 양식법을 개발했다. 수산 강국인 일본의 김 양식 보다 30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1970년대까지 수산업은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주력 수출산업이자 국민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효자 식품산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바다의 풍요로움이 퇴색된 지 오래다. 명태가 자취를 감추고 오징어가 금(金)징어가 되면서 10년 전 128만 t이던 연근해 어획량은 최근 100만 t으로 줄었다. 지난해 수산물 수출이 사상 최대(23억8000만 달러)였다지만 세계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상 수산물 수출 6위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21위로 밀렸다.

▷바다에서 다시 희망이 싹트고 있다. 2015년부터 새끼 명태를 양식해 동해에 방류하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올봄 잡힌 명태 일부가 이렇게 방류된 것이었다. 새끼 오징어가 뭘 먹는지 몰라 양식이 불가능했던 갑오징어도 최근 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참치(참다랑어) 양식에 투자하는 50억 원 펀드도 처음 만들어졌다. 일본이 세계 양식 참치의 절반(연 1만5000t)을 생산하는데, 이를 따라잡을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기술력을 활용한 바다의 ‘스마트화’에 거는 기대가 높다. 경남 하동군 중평항 인근의 숭어 양식장에는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첨단 스마트양식 플랫폼이 처음 도입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무인선(無人船)인 자율운항선박은 내년 개발에 들어간다. 수산업을 비롯해 해운 항만 해양관광 등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잘 접목하면 블루오션이 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오늘까지 사흘 일정으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해양수산·양식·식품 수출박람회 ‘2019 Sea Farm Show’에도 이런 희망과 기대가 엿보였다. ‘바다가 미래다’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박람회에는 해양수산 분야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비롯해 신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들이 참가했다. 해외 10개국에서 온 바이어 48명은 우리 수산물에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다. 이런 동력들이 결집되면 우리 바다에서 혁신성장도, 새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
#수산업#명태 살리기 프로젝트#2019 sea farm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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