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사회적 책임 강조하다 경영 부실 부를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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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어제 공개됐다. 정부는 2017년 말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을 크게 바꿔 사회적 가치 점수를 늘리고 재무 평가 분야를 줄였다. 이에 따라 재무 실적은 나빠졌는데도 평가는 좋아진 곳이 많다. 지난해 128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가운데 우수기관(A)은 17개에서 20개로 늘어난 반면 아주 미흡 기관(E)은 8개에서 1개로 줄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어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안전 윤리경영 일자리 상생협력 등 사회적 가치 배점을 종전보다 50% 이상 대폭 확대했다”고 자찬했다. 1983년 시작된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반영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공공기관이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에 동참할 의무도 있다. 그러나 공기업도 기업인 만큼 수익성과 경영효율성이 따라주지 않으면 지속되기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들의 재무적 성과가 나빠지고 있는 것은 불안한 요소다. 지난해 기타 공공기관을 포함한 339개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1조1000억 원으로 2016년 15조4000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부채는 약 504조 원이나 된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조1500억 원의 손실을 봤고, 흑자였던 건강보험공단은 3조900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전체 임직원 수는 38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3만6000명(11%)이나 늘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바꾸고 신규 채용도 늘리라고 요구한 탓이다.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은 평균 154.8%로 아직 나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재무성과가 급전직하하다 보면 언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적자와 부채가 쌓이면 결국 요금을 올리거나 세금으로 메우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우지 않으려면 사회적 책임만 강조할 게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 공공기관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한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공공기관#부채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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