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숲이 바다처럼 펼쳐진 ‘곶자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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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바다처럼 펼쳐졌다. 곶자왈(사진), 그 속으로 들어가면 정글 느낌이고, 하늘에서 보면 바다나 호수처럼 넓게 퍼진 숲이다. 때죽나무 팽나무 동백나무 가운데 누구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지 않았다. 나무 높이가 비슷비슷하다. 홀로 삐쭉 높이 자라면 태풍에 쓰러지기 십상이다. 강풍이 수시로 부는 제주에서 함께 살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키 높이를 맞춘 듯하다.

곶은 숲, 자왈은 넝쿨과 가시나무 따위가 엉클어진 덤불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 방언이다. 투수성이 좋은 용암지대라는 지질 및 지형적 특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용암 암괴 위에 있는 숲이나 덤불’이다. 땅속 깊은 곳에서 17도 내외의 신선한 공기가 연중 올라오면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이 때문에 남방계 식물인 천량금, 탐라암고사리, 개톱날고사리와 북방계 식물인 골고사리, 큰지네고사리 등이 공존한다. 국내 양치식물 가운데 80%를 곶자왈에서 확인할 수 있고 노루, 곤충, 철새 등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곶자왈은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 통로이기도 하다. 시간당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도 한 시간 뒤면 말짱할 만큼 지하로 스며든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곶자왈에서 땔감, 숯, 약초 등을 얻었고 제주도4·3사건 때는 난리를 피하는 은신처이기도 했다.

곶자왈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6%인 110km²를 차지한다. 주목을 받지 못한 싸구려 땅으로 골프장, 채석장 등으로 잘려나갔던 곶자왈은 2000년대 들어 가치가 조명되면서 한라산, 오름(작은 화산체)과 더불어 제주를 대표하는 생태계의 보물로 자리 잡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곶자왈#숲#덤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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