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인아]당신이 브랜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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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지만 당당한 이강인이란 브랜드… 소비자라면 얼마든지 지갑 열고 싶어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는 젊은 세대, 기업처럼 자기 브랜딩 해보면 어떨까
실패하며 단련하고 애써 가치 만들면 각자에게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 될 것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나는 사이비 축구 팬이다. 우리가 잘하고 있을 때만 반짝 응원한다. 이런 내게도 이강인이란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남자 축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가는 동안 1골 4도움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그는 아직 어리지만 자신의 존재를 또렷하게 알렸고 매력을 발산했다.

그가 만약 상품이나 서비스였다면 아마 지갑을 열어 구매했을 거다. 10여 년 전부터 삼성 애플 현대 벤츠 같은 것만 브랜드가 아니라 “내 이름 석 자가 브랜드다”라고 말해 왔고 신문에 칼럼을 쓸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제목, 주제로 글을 썼다. 그것은 경험에서 길어 올린 내 얘기였다.

책방을 열기 전 30년 가까이 카피라이터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살았다. 결과적으로 약 30년을 일했지만 집어치우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왜 없었을까. 그럴 때마다 ‘파워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 그것은 북극성처럼 늘 바라보고 갈 목표이자 닿고 싶은 곳이었으므로 발밑만 보느라 방향을 잃고 헤맬 때나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어야 할지 길잡이가 돼 주었다.

반갑게도 요즘은 여기저기서 브랜드를 말한다. 브랜딩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도 브랜드를 말하고, 직장인도 자영업자도 아티스트도 ‘퍼스널 브랜드’를 말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어떤 브랜드인가에 따라 우리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니까 말이다. ‘퍼스널 브랜딩’에 점점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많은 이가 80점짜리 제품으로 90점의 평판을 얻는 것을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즉, 좋은 것을 만들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더 좋아 보이게 하는 것’을 브랜딩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브랜딩이란 가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 그것으로써 좋은 평판과 신뢰를 얻는 것이 본질이다. 또 장기적으로 가치를 쌓아가겠다는 발상이 전제다. 같은 성과로 당장 더 좋은 평판을 얻어 내는 게 브랜딩은 아니란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게 기업이 하듯 자기 자신을 제대로 브랜딩해 보라고 제안한다. 우선 자신을 브랜드로 보게 되면 ‘어떻게 하면 좋은 평판을 얻을까’에서 ‘나는 어떤 가치를 내놓고 있나’로 질문의 방향이 바뀐다. 우리가 소비자로 제품을 구매할 때 가성비를 따지고 까다롭게 브랜드를 정하듯 고객은 과연 나라는 브랜드를 선택할지 묻는 거다. 냉정해지고 겸손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인정을 받으려면 먼저 내가 내놓는 가치가 제대로여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또 내겐 어떤 가치와 매력이 있는지, 아직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서 그런 매력을 가질지 방법을 찾게 되고 시도하게 된다. 실패도 할 거고 반짝 빛을 봤는가 싶은데 금방 꺼질 수도 있다. 내가 한 것만큼 평판이 따르지 않아 속이 상할 수도 있다. 그런 거다. 모든 기업, 모든 브랜드가 그런 과정과 녹록지 않은 시간을 겪는다. 우리 개인들도 그렇게 단련하며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든 내내 애써서 가치를 만들고 좋은 평판을 얻고 그것을 동력으로 또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자신도 성장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공동체에 기여한다. 이것이야말로 브랜딩이며 우리 각자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되어 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조만간 100세를 살게 될 모양이고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더 오래 일해야 한다. 오래도록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잘 풀릴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상승 구간일 때도 내리막길일 때도 그 일을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흔들리더라도 뿌리째 흔들리지 않을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헷갈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바라볼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나 자신을 브랜드로 바라보고 어떻게 해야 장기적으로 가치를 발생시키며 성장할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애쓰지 말자는 시대에 애쓰자는 얘기가 시대착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한데, 어떤 광고쟁이 한 사람은 그러면서 길을 찾았다.
 
최인아 객원논설위원·최인아책방 대표
#브랜드#크리에이티브 디렉터#카피라이터#퍼스널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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