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종찬]저출산 컨트롤타워, 기재부가 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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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이어지며 저출산 대책 내놔… 막대한 예산 쓰고도 효과는 못봐
복지부가 주무부처 맡기에는 한계, 조정 능력 갖춘 기재부가 적격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 저출산 문제는 그동안 많이 거론돼 왔지만 대다수 국민은 특별히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급속한 저출산 추세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미래 국가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준이다. 2018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이 수)은 0.9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15∼64세 생산가능 인구는 2017년부터 줄기 시작했고, 총인구도 2029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는 2018년 전체 인구의 14.3%에서 2030년 24.5%, 2040년 32.8%, 2050년 38.1%, 2060년 41.0%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18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5.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데,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

최근 저출산 추세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올해 3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대비 9.7% 감소했고,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 감소는 2015년 12월 이후 4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도 지난해 대비 10.7% 감소했다.

저출산은 외국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고령화 비율이 20%를 상회하는 일본(출산율 1.44명), 독일(1.6명), 이탈리아(1.34명)의 출산율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2050년경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경제성장, 국가재정, 국방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전체 인구의 40%가 노인인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우선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61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개혁되지 않을 경우 가입자 부담금은 현재의 9%에서 26%로 늘어난다. 아니면 엄청난 세금을 국민연금에 지원해야 한다. 미래에는 한 해 20만 명(남자는 10만 명) 수준의 신생아가 태어날 터인데 국토방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많은 시군의 노인 인구가 30∼40%로 미래 대다수 지방 중소 도시는 소멸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도 인구 고령화로 적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2018년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중 노인 진료비 비율은 41%로 2012년에 비해 2배로 증가했다. 현재 추세로 보아 기금 적립금은 곧 고갈돼 건강보험 요율을 크게 올리거나 국고 지원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국가 부채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부채 비율은 40% 미만으로 외국에 비해 양호하지만,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급속히 악화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 노인 인구 비중이 12%일 때 국가 부채 비율이 60% 수준이었는데, 현재 노인 비중이 28%가 되면서 국가 부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234%가 됐다.

저출산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 존립에 관한 문제로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도 저출산 대책을 나름대로 추진해 왔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두고 보건복지부에 인구정책실을 설치해 종합 대책을 수립해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저하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프랑스 등의 예를 보면 다양한 정책 추진으로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

기존 대책이 미흡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 추진 주체부터 강화해야 한다. 현재 복지부가 컨트롤타워다. 복지부는 업무의 성격상 기획재정부, 법무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를 이끌어 가는 데 한계가 있다. 현실적으로 조정 능력과 예산, 세제 등 정책수단을 갖고 있는 기재부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일본은 저출산 및 고령화를 전담하는 ‘1억 총활약 담당상’이라는 장관직을 신설했다.

둘째, 기존 대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보육시설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되 국공립 유치원과 함께 민간 유치원 지원도 병행해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출산 가정에 아파트 우선 배정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미혼모 자녀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한다. 이민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셋째,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국민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지표를 정기적으로 발표해야 한다. 예컨대 2∼3년 주기로 인구 전망, 고령화 비율, 국민연금, 건강보험 기금, 국가 부채 전망 등을 종합 분석해 공표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은 지금 강화해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린다. 서둘러야 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저출산 대책#출산율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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