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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대기오염 문제… 힘 합치면 사회통합도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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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대기오염 문제… 힘 합치면 사회통합도 이뤄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입력 2019-06-10 03:00수정 2019-06-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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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7년 전 학교로 직장을 옮기면서 교양과목 ‘대기오염’을 가르쳐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나름 전공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과 최신 대기화학 연구 분야를 논의하는 전공과목 수업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실망이 컸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대기오염은 너도나도 이야기하는 최신 주제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대기오염이라는 주제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대기오염은 공학의 문제이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즉, 미세먼지나 오존을 만드는 물질들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므로 이를 공학적으로 줄이면 그만이지 더 연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더구나 공기가 많이 깨끗해진 캘리포니아에서 학생들이 대기오염이라는 교양과목에 관심을 갖기나 할까 하는 생각도 많았다.

이렇게 장황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여는 이유는 내 생각이 대부분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다. 가끔 한국 언론들은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70년 이상 치른 영국 런던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도시들이 우리의 롤모델인 것처럼 보도하지만 실제 현지 언론이나 주민들은 아직까지 대기오염 문제를 우리만큼이나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듯 대기오염 수업은 늘 수강정원을 가득 채운다.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강 이유를 물어보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겪어온 대기오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 폐 협회에 의하면 로스앤젤레스∼롱비치 지역은 오존 오염 통계로는 미국 228개의 도심권 지역 중 최악, 연평균 초미세먼지는 5번째로 오염이 심한 곳으로 드러났다.

물론 적극적인 대기오염 물질 저감정책에 힘입어 1990년 후반에 비해 연평균 100일 가까이 대기오염이 심한 날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이 협회의 판단으로는 오존도 초미세먼지도 낙제점이다. 또한 2018년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미국해양대기청(NOAA) 과학자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오염물질들인 자동차, 디젤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뿐만 아니라 향수, 샴푸, 살충제 등 가정 및 개인의 생활용품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오존 및 초미세먼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의 실례로 로스앤젤레스를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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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알려진 차량, 공장 및 발전소 등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줄이다 보니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가정용 세척제로 사용되는 물질들이나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방향 물질들이 대기 중에서 반응을 일으켜 유의미한 양의 오존이나 초미세먼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라고 부르면 무척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우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물질을 총칭한다. 울창한 산림 속에서 상쾌함을 유발하는 나무, 꽃향기도 이러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발견은 대기오염이 아직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즉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매우 많은 영역임을 알 수 있는 실례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문제는 개선이 목표이지 해결이 목표일 수는 없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조밀하게 모여 살고 중국 대기오염의 영향권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기오염은 오랜 기간 함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인정할 때 합리적인 개선책을 만들 수 있다. 단기간 해결에 몰두하다 보면 과학적이지 않은 일시적인 미봉책들에 집착하게 된다.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주장에 대해 좀 더 까다롭게 사실 확인을 할 과학적 교양을 넓혀야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저서 ‘담대한 희망’에는 점점 심화되는 좌우 정치세력의 정쟁 이유를 설명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세대의 은퇴에 대한 의견을 싣고 있다. 즉, 전 세대만 해도 이념적인 성향에 상관없이 파시즘이라는 공공의 적과 싸웠던 경험으로 서로 정쟁을 펼치면서도 협치를 할 수 있었으나 점점 그러한 세대가 사라져가면서 정쟁만 심화됐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정쟁의 심화는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오염 문제 대처에 힘을 합쳐 나간다면 문제의 개선과 사회통합의 두 마리 새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대기오염#초미세먼지#환경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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