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몰랐다니”…앞좌석에 카시트 장착하면 안되는 이유[변종국 기자의 슬기로운 아빠생활]14<교통사고 현장에서 2>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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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라는 것이 참 무서운 건, 부모가 조심한다고 해도 순간적인 방심과 부주의에서 정말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관련 글을 쓰기 위해 도로교통공단의 김보형 차장을 만난 적이 있다. 아이들 교통사고 예방 교육 방법과 사고 사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넋을 놓고 이야기를 들었다. 각종 사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몰랐던 교통사고 예방법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런 걸 몰랐다니” 싶어서 스스로가 안타깝기도 했고, 아이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김 차장이 알려준 조언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1. 카시트

카시트 장착과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는 일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간혹 앞좌석에 카시트를 장착하는 부모들이 있다. 정말 위험한 방법이다. 사고와 함께 에어백이 터지는 경우 아이들이 크게 다칠 수가 있다. 에어백이 푹신하다고 착각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에어백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에어백에 대해 “순간적으로 하얀 벽이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었다”라고 묘사한다. 어른들에게도 에어백은 엄청난 충격인데, 아이들에겐 오죽하겠는가? 머리뼈가 약한 아이들의 경우 머리에 치명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아이가 2명인 경우 카시트를 뒷좌석에 나란히 설치한다. 그런데 카시트를 2개 설치하고 나면 엄마(아빠가 운전한다고 가정할 경우)가 앉을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대게 보호자는 앞좌석에 앉는다. 하지만 뒷 좌석의 아이가 울면 답이 없다. 대개는 카시트와 카시트 사이에 끼어서 불편하게 앉는 경우가 많다. 정말 위험하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저런 방법을 쓴다. “집 앞인데 괜찮겠지” “천천히 가면 되지”라며 운전자 중심적인 사고를 한다. 누가 와서 내 차를 들이 박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하고 말이다.

가족끼리 괌 여행을 가서 렌트카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쇼핑몰에서 정차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차가 와서 내 차를 박았다. 사고가 나자 괌 경찰이 오더니 카시트 위치와 아이 위치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다행히 카시트를 제대로 장착했고 아이도 바르게 태웠으며, 엄마도 아이 옆에 앉았다. 그제야 괌 경찰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아이와 엄마는 괜찮냐”고 물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카시트가 없거나 아이를 방치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구속까지 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아이가 울고불고 해도 무조건 카시트에 앉히려 하고 있다. 아이의 10옥타브 고성과 짜증을 경험한 부모들에겐 맘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방심하는 사이에 사고는 올 수 있다.


2. 투명 우산

아이에게 핑크색 우산을 처음 사줬다. 알록달록한 우산을 들고 아장 아장 걷는 애가 얼마나 예쁘던지. 그런데 김 차장이 “우산은 반드시 투명우산으로 바꾸세요”라고 조언했다. 투명우산은 사방의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아이도 밖을 볼 수 있고, 운전자도 아이를 볼 수 있다. 키가 작은 아이가 색이 있는 우산을 쓰고 걸으면 시야가 70%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앞만 보고, 아니 땅만 보고 걷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상황에서 운전자는 작은 우산을 든 아이를 사람으로 인식 못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비가 많이 보는 어두운 날이라면 말이다. 당장 투명 우산을 구했다. (구하기도 쉽지 않더라). 간간히 투명우산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우산에도 복고 열풍이 부나? 웬 비닐?”이라며 웃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김 차장은 “비오는 날엔 단색이나 형광색의 밝은 색 옷을 입혀라. 불빛을 반사시키는 ‘리플렉쳐(반사체)’를 가방 등에 달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도로교통공단 연구에 따르면 투명우산을 쓰는 경우 사고 발생률을 27%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교통안전과 관련해 각종 단체에서 여는 교육 행사들이 많다.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교육 프로그램을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아이들과 함께 참여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가장 좋은 교통 교육 방법을 물었더니 김보형 차장은 웃기지만 현실적인 교육 방법을 하나 말해줬다. “차량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도로를 30분 동안만 지켜보게 하라. 아이들은 분명 내가 배운 것과 확연히 다른 교통 현실을 보면서 충격도 받겠지만, 깨닫는 것도 많을 것이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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