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대통령 발언 보도땐 다른 의견도 함께 전할 필요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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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7일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등 최근 이슈와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정성희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조화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신용묵 이준웅 부형권 위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7일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등 최근 이슈와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정성희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조화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신용묵 이준웅 부형권 위원.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이 지났지만 여야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선거법 개정,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을 놓고 당사자 간 힘겨루기는 더 치열해지는 요즘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7일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등 최근 이슈와 언론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사건을 놓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과 관련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등 최근 현안을 다룬 보도를 여러 각도에서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준웅 위원=
동아일보에선 소득주도성장 실험을 취임 2주년의 중요 사안으로 파악하고 성과를 비교했어요. 정부 주장과 재계 혹은 학자들이 제시한 지표와 주장이 상충되는 측면이 있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 불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경제 관련 기사는 통계와 지표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해석의 준거가 되는 공통의 틀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봅니다. 예컨대 가처분 소득이 10년 만에 감소했다는 기사(5월 24일자 A1·4면)에서 분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 주장과 다른 지표와 해석이 있다는 것을 함께 제시해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조화순 위원=취임 2년이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와 미래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지면을 훨씬 많이 할애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취임 2주년 방송대담에서 현안을 보는 대통령의 인식이 국민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에 좀 더 강한 비판이 필요한데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교문제 교착과 적폐청산 등에 대한 발언이 그렇다고 보입니다.

신용묵 위원=5월 10일자 A5면 통일부 용역보고서 논란을 보면 ‘평화협정 안에 한반도 내 외국군 주둔 축소 조항도 포함’이라는 기사가 나오는데, 연구용역은 참고자료일 뿐 확정된 정책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도하면 주한미군 철수가 평화협정에 포함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습니다.


류재천 위원=5월 3일자 A3면
에 나왔던 ‘文대통령 국정농단 규명―적폐청산 타협 없는 직진 못박아’ 기사는 정권 핵심 인사의 생각을 잘 풀어낸 것 같아 2주년 보도로 적절했습니다. 저는 2년 만에 공과를 이야기한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동아일보가 잘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때그때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뤄줘 좋은 것 같습니다.

5월 10일자를 보면 A1∼4면에 걸쳐 북한과 미사일 이야기를 다뤘는데, 우리 입장에서 미사일, 북한 이야기가 중요한데 제대로 잘 보도했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3주년 때는 정권 말고 언론이 생각하는 적폐를 다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식품안전, 화재처럼 되풀이되는 참사가 왜 일어나는지 정치적 적폐뿐 아니라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생활 적폐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정치적 적폐뿐 아니라 국민 실생활 관련 적폐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이시죠. 지금 대통령 공약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분은 적을 겁니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이 검경 수사권 조정인데 이 부분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혹시 잘못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반 정도 지났으니 앞으로 정신 차려서 임기 마칠 때는 좀 더 성공한 대통령이 되라는 권고, 충고 말씀이 될 수 있거든요.

신 위원=취임 2주년 같은 의미 있는 시점에는 독자가 대통령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전달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국민들의 메시지를 알려줘야 남은 임기 동안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김 위원장=
인사 참사에 대해 대통령 워딩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저렇게도 해석이 가능하잖아요. 제 생각에는 대통령 워딩으로 제목을 뽑으면 그 밑 또는 옆에 대비되는 다른 의견을 싣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 위원=
팩트를 중계방송식으로 보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언론은 독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합니다. 대통령이든 여야 대표든 1면에 워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文대통령 “낡은 이념에 막말정치”… 한국당 “여전히 남 탓으로 일관”’(5월 14일자 A1면), ‘文대통령 “경제, 성공으로 가고 있어”’(5월 15일자 A1면) ‘文대통령 “직장인 소득과 삶의 질 분명히 개선”’(5월 17일자 A1면)처럼 대통령 워딩이 여러 날에 거쳐 반복적으로 보도됐습니다.

류 위원=4월 27일자 1면 ‘법안 초유의 전자발의’ 기사에서 초유라는 것은 부정적인 어감으로 전자발의는 나쁘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또 5월 2일자 A1면에 ‘靑에 반기 든 검찰총장’이라고 제목을 달았는데 검찰총장이 대변인실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을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위원=여야 공방전 프레임이 이어진다 식의 보도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패스트트랙은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도록 국회선진화법의 절차법적인 내용으로 만들어진 장치인데 절차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을 섭외해서 법안을 상임위에서 면밀하게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기사가 바람직해 보입니다.

김 위원장=
패스트트랙 합의 과정에서 국회의원 22%에 해당하는 68명이 고발된 것은 중대한 사안인데 관련 기사를 작게 전했습니다. 의회정치가 저렇게 망가진 원인이 무엇인지는 언론이 짚어줘야 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합니다.

조 위원=제목을 보면 선거법은 여야 갈등, 검경 수사권은 검찰과 경찰이 싸우는 것만 이슈로 주로 부각돼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칩니다. 검경이 이렇게 다투는 핵심이 뭔지 본질을 따져보는 게 필요합니다. 안 그러면 독자들은 “얘네 또 싸워?” 하면서 무관심해질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검경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수사권을 누가 갖는 것이 효율적이고 인권을 보호하는 데 적합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인권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형사소송의 전제거든요. 어떠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 더 좋은 제도인지를 짚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송평인 논설위원의 칼럼(‘과격한데 비겁한 검경 개혁’), 이명건 사회부장의 칼럼(‘검찰총장 되려고 신념을 감추나’) 등은 사안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좋은 글이었습니다.

경찰들이 시위 현장에서 맞아서 호랑이 연고를 주머니에 달고 다닌다는 기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최근 검경 갈등과 관련해 되짚을 만한 시사점을 주더군요.

신 위원=언론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확한 것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 검경 수사권, 공직선거법, 공수처 이 세 가지 부분이 어떻게 보면 색이 다른 부분이 있거든요. 이 부분도 정리를 해서 비교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류 위원=‘대통령 위에 공무원, 규제공화국에 내일은 없다’ 시리즈는 복지부동 공무원들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는 기사입니다. 4월 15일자 A5면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전수안 전 대법관 후보자가 일방적으로 옹호한 기사가 나오는데 적절하지 않습니다.

5월 16일자 A1면 ‘광저우에 밀린 ‘K패션 메카’ 동대문’은 패션산업의 현실을 전한 좋은 기사였는데 청와대에서 이를 보고 반성했으면 합니다. 동대문뿐만 아니라 요즘 문 닫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신 위원=27일자 마이클 바 교수 인터뷰가 실렸는데 ‘시장진입 막는 규제 없애고 소비자 보호할 난간을 세워라’라는 제목이었어요. 바 교수의 말씀도 좋지만 정리를 아주 잘하셨더라고요.

김 위원장=
오늘 논의가 앞으로 동아일보 지면 제작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졸업
#독자위원회 좌담#공통의 틀#국민들의 메시지#생활 적폐#패스트트랙 합의#검경 수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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