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충돌 우려 확산… 이라크서 기업-자국민 철수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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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항공청 걸프해역 안전 주의보
바레인, 이라크 거주자 철수 지시… 사우디 등은 자국내 미군배치 승인
이란정책 놓고 폼페이오-볼턴 갈등
볼턴, 협의없이 ‘최대 압박’ 밀어붙여… CNN “트럼프도 강경파들에 짜증”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로 미 연방항공청(FAA)이 16일 걸프 해역을 운항하는 민간 항공기에 대한 안전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인접 이라크, 바레인 등에서도 외국 기업 및 현지 교민의 철수가 잇따르고 이란의 ‘앙숙’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란에 맞설 뜻을 드러내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이란 정책을 총괄하는 미 외교안보 분야의 양대 사령탑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갈등도 가시화되고 있다.

○ FAA “민간 항공기 주의”… 대피 움직임도 가시화

AP통신에 따르면 FAA는 미 정부가 항공기의 안전 운항에 대해 업계에 알리는 통지문인 ‘노탐(NOTAM)’을 통해 “아라비아해 및 오만해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민항기는 고조하는 군사 행위와 정치적 긴장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로 중동 최대 공항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도 이곳에 있다.

바레인과 이라크에서도 대피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바레인 정부는 18일 불안정한 지역 정세 등을 이유로 이란과 이라크에 거주하는 자국민에게 즉시 철수 지시를 내렸다. 미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도 이날 이라크 남부 바스라주 유전에 있던 자사 직원 50명 전원을 철수시켰다.

이란과 중동 맹주 자리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나섰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19일 수도 리야드에서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상대(이란)가 전쟁과 적대를 선택하면 사우디는 굳건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도 전일 사우디가 중동 긴장 고조에 관한 논의를 위해 걸프협력회의(GCC) 및 아랍연맹(AL) 긴급회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최근 자국의 송유시설과 유조선이 연이어 공격받자 이의 배후로 이란을 의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만나 “이란이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것을 지지한다”고 이란을 두둔했다.

유럽의 아랍어 발간 신문 ‘아샤르끄 알아우사트’는 18일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국가가 자국 내 미군 배치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 볼턴과 폼페이오 엇박자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7일 대이란 정책을 둘러싼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전했다.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폼페이오 장관과 ‘전쟁 불사’인 볼턴 보좌관의 견해차가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한국 일본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의 예외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때도 둘은 날카롭게 대립했고, ‘전면 금지’를 주장한 볼턴의 뜻대로 됐다.

폴리티코는 볼턴 보좌관이 부처 협의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협의하는 것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불만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특히 볼턴 보좌관이 트위터 등으로 민감한 외교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에 짜증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대한 전쟁 비용 등을 이유로 중동의 긴장 고조 및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볼턴 보좌관의 향후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CNN은 17일 “대통령이 볼턴 등 강경파 참모들에게 ‘짜증(irritation)’을 내고 있다.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밖의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이란#f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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