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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의 業]〈19〉나를 잘 모르면 ‘남의 고민’을 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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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의 業]〈19〉나를 잘 모르면 ‘남의 고민’을 따라 한다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입력 2019-05-14 03:00수정 2019-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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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분기점 표지판이 나온다. 도로가 갈라지는 곳이다.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방향과 목적지가 완전히 다르게 된다. 한번 잘못 들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인생의 진로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어떤 길로 들어서야 할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있다. 이른바 ‘진로 분기점’이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졸업, 첫 직장 입사 후 3년, 40세 초, 60세 전후, 80세 전후 등 여러 번의 진로 분기점이 있다. 한번 선택하면 쉽게 되돌리기 어렵기는 고속도로 분기점과 마찬가지다.

중3은 일반고, 특성화고, 전문계고, 특수목적고 등 상급학교 진학을 결정하면서 진로라는 것을 처음 고민하는 시기다. 고3은 대학과 전공분야를 선택하면서 미래의 직업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한다. 청소년기를 벗어나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의사결정에 책임감을 갖는 시기다. 대학 졸업 때는 실제 직업을 가지면서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역할이 변환되는 시기다. 그렇게 직장인이 됐지만 첫 직장 입사 후 3년은 다시 고민의 시기다. 사회 초년생들은 현재의 직장에 머물 것인지,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사회생활의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는 40세 초중반, 직장생활 20년쯤 되는 시기로, 남은 직장생활 20년을 이 일을 계속 할지 고민이다. 60대 전후는 퇴직 후의 진로가 걱정이고 80대 전후는 남은 삶을 어떤 일을 하며 보낼까 등에 대해 숙고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인들은 각 분기점에서의 고민이 거의 똑같다는 점이다. 진로 컨설팅을 하다 보면 이구동성으로 “도대체 내 적성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학생이든, 40대든, 60대든 다르지 않다. 세대별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생애 진로 분기별 진로정체성’을 분석한 논문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로 전환 기점마다 진로 고민과 정체성 혼동을 반복한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이런 현상은 왜 벌어질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에 대한 탐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가장 크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나 선생님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본격적인 고민을 회피한 채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왔다. 나를 모르니 결국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지 못하고, 은퇴 후에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이다. 평생 남의 인생을 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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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파악은 빠를수록 좋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알고 그에 따른 진로가 설정됐다면 진로 분기점마다 겪는 고민이 크게 줄어든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남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개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세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각급 학교의 진로상담도 상당 부분 상급학교 ‘진학상담’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바른 진로탐색을 위해 정부가 많은 돈을 들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세운 ‘한국잡월드’ 같은 곳이 동네마다 하나씩 생겨나면 좀 나아질까.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분기점#고민#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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