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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희망적 사고 [김정안 기자의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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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희망적 사고 [김정안 기자의 우아한]

김정안 기자 입력 2019-05-08 14:00수정 2019-05-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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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수백 킬로미터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위협적이지 않으면 뭐가 위협적이라는 거지요?”

6일(현지 시간)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습니다. 전날 CNN방송에 북한이 4일 쏘아올린 발사체가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며 발사 순간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던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국장이었습니다.

지난해 강선 핵시설 위치를 평안남도 천리마 구역으로 지목해 처음 공개한 핵안보 전문가인 그는 이날 통화에서 국정원의 북한 발사체 관련 분석 상당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발사체 사거리 등 분석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국정원과 달리 “우리는 오늘 아침 북한 발사체 사거리에 대한 1차 분석을 막 마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조만간 최종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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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에는 정신 이상의(lunatic), 미친(crazy), 비관적인(doomed) 등과 같은 강경하고 격앙된 표현도 등장했습니다.

미 조야의 속내는 물론, 핵 안보 전문가들의 요즘 기류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대화였던 만큼 루이스 국장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합니다.


―북한 발사체에 대한 1차 분석 결과는?

“실제 비행거리 220km, 사거리 450km로 나왔습니다. 한국 대부분이 사정거리에 들어간 매우 위협적인(very capable) 탄도미사일이라는 거고요. 정밀 분석이 남았지만 빠르면 하루 이틀 내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최종분석 결과는 400~500km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그는 “국정원이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게 아니라면 해당 분석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주장은 이해불가”라고 했습니다. 또 발사체가 ‘지대지라는 사실만으로 공격용인지 방어용인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밝힌 부분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구소련 기술을 기본으로 한) 미사일이 다 지대지입니다. 소련이 미 본토를 겨냥했던 FF18도 지대지였습니다. 사거리 수백 킬로미터의 탄도미사일이 주한미군 기지와 한국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데 위협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당국은 아직 발사체가 ‘미사일’인지 확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라고 짐작합니다. 민간 연구소의 분석만을 맹신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위성사진 등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온 저명한 민간 연구기관이 국정원의 분석에 굳이 날을 세워야할 이유가 있는 걸까요.

그는 대북 협상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lunatic’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신 이상(lunatic)같아요. 대북협상에는 논리나 일관성이 없습니다. 자기가 최고의 협상가라는 건데, 글쎄요. 북미가 서로 비현실적인 요구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비관적(doomed)이에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보다 미국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주고 부분적 합의에 서명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결국 압박 수위를 순차적으로 높였던 2005~2006년의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중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 취소를 북한이 선언하고도 북한은 일단 2005년 5월과 2006년 3월 단거리미사일 실험만을 했죠. 당시 관련국들은 중장거리가 아니라며 이에 대해 ‘로키’로 대응 했지만 결국 같은 해 7월 ICBM(대포동2)미사일로 이어졌어요. 북한이 이번 발사체를 통해 압박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진단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그랬듯 이번에도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일각에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굴욕을 만회하기 위한 내부 결집용으로 4일 발사와 같은 조치를 취했을 뿐 추가 비핵화 협상은 곧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발사체든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북한이 하늘을 향해 쏘아올린 그 모든 것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해석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쪽으로 매일 더 쏠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의론은 우리의 대북 정책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봄이 성큼 다가왔다(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발간되는 독일 일간지에 보낸 글의 일부)’를 워싱턴 조야에선 여전히 ‘희망적 사고’라 읽고 있습니다.


김정안 채널A·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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