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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달러 미스터리…커져가는 파국의 징후들[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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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달러 미스터리…커져가는 파국의 징후들[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하태원 기자 입력 2019-05-01 14:00수정 2019-05-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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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달러 ‘몸값’ 논란이 뜨겁습니다. 방북 도중 억류돼 의식이 없는 상태로 풀려났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병원비 명목으로 북한이 요구했다는 청구서 이야기입니다. 2017년 6월 요구가 이뤄졌는데 근 2년이 다 된 시점에서야 수면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 사인은 했지만 지불되지 않은 ‘청구서’

논란을 촉발한 것은 워싱턴포스트의 기사였습니다. 25일(현지시간) 기사에서 200만 달러 요구사실을 공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돈을 주지 않았다”며 “200만 달러로,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북한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질 협상가(hostage negotiator)’로 칭했습니다.

체제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억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평양에서 재판정에 출두하고 있다. 웜비어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평양=신화통신
‘몸값’ 논쟁에는 미국의 전¤현직 관료들도 뛰어들었습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웜비어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조셉 윤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00만 달러 지급 문건에 서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돈은 ‘절대로’ 지불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평양에 가서 웜비어를 데리고 나왔던 윤 전 대표는 더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밝혔습니다. 윤 전 대표에 따르면 북한이 웜비어의 의료비 청구서를 내밀며 200만 달러를 요구했고, 즉각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렉스 틸러슨에게 보고했다는 것.
틸러슨은 “어서 서명하라”는 훈령을 내렸고 윤 전 대표는 해당 청구서에 서명한 뒤 웜비어를 데리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 트럼프는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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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백악관은 이 부분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지만 윤 전 대표는 틸러슨 전 장관이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CNN 인터뷰에서 윤 전 대표는 “내가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발언은 다음에 나왔습니다. 윤 전 대표는 북한에 2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서명을 했으면 지급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내 생각은 ‘그렇다’”라면서 “서명했으면, 지급을 하겠다고 미국 정부가 다른 정부에 약속한 것이면, 내 생각에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대표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임명된 민주당 성향의 인물이라고 해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커 보입니다.

● 의료비 VS 몸값

미국은 테러리스트나 해적 등과 같은 불법 단체의 인질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을 전통으로 삼아 왔습니다. 인질 협상에 응할 경우 해당 사건은 처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향후 지속적인 인질, 납치 요구가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20명의 인질을 미국으로 안전하게 구출했다 면서도 단 한 푼의 돈도 내지 않았다고 강조해 온 것도 이 같은 전통을 의식한 발언입니다.
웜비어가 폭력이나 고문을 당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들. 억류 전 웜비어의 치아사진(맨 위)과 엑스레이(가운데)를 보면 아랫니가 고르지만 사망 후 두개골 스캔사진(맨 아래)을 보면 아랫니가 뒤로 밀려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미국의 소리(VOA)


물론 웜비어 건은 일반적인 인질협상과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북한이 헌법상 반국가단체이기는 하지만 유엔에 가입한 엄연한 국가라는 점, 그리고 청구서 명목을 몸값이 아닌 의료비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불법구금을 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여러 차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북-중 접경지대 등에서 미국인을 상대로 인질장사를 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몸값 협상을 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인 것 같습니다.

● 노골화하는 ‘파국’의 징후들

북한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20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분명히 미국에 ‘정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핵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악재로 보입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부터)

북한 외무성 실세로 급부상한 최선희는 이미 볼턴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거칠게 몰아 부치고 있습니다. 자유조선의 연루된 에이드리언 홍 창 일행의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 역시 북한이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됐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담판의 시한을 연말까지로 정했습니다. 1년 간 직접 협상의 최전선에 나섰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조바심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불길한 이야기겠지만 파국의 징후는 좀 더 일찍 구체화 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부장급·정치학 박사수료)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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