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원전 해체’도 미래산업… 인력-기술 더 키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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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정재훈·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원전 해체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고리원전 1호기의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한국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18일 밤 12시를 기해 영구적으로 정지됐다.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는 올해 초안이 작성돼 이후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2020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최종안이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 승인을 받으면 2022년 본격적인 해체에 착수하게 된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통해 60여 년에 걸쳐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전 정보시스템(PR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세계 운영원전은 453기, 영구 정지 원전은 170기다. 이 중 30년 이상 원전 비중이 68%여서 앞으로 원전해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우리는 원전 해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해체산업을 육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앞서 15일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협약을 체결하고 원전해체산업 민관합동 간담회를 가졌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원자력시설 해체 핵심 기술 기반 확보를 위한 실험실과 분석실, 해체 기술 실증과 인증시설, 방폐물 시험시설, 모의훈련시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한 지자체는 세수 확보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 원전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 제고에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전업계에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원전해체산업 민관합동 간담회에서 정부는 원전 중소기업의 사업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원전업계는 해체 기술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고 해체 전문 인력을 양성해 전(全) 주기 원전운영 생태계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해외 해체 시장 진출의 기회도 될 것이다.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말이 있다. 애벌레가 매미가 되려면 껍질을 벗어야 하듯, 우리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세에 따라 역풍이 불 때 돛을 거꾸로 달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원전 해체산업은 고리 1호기의 성공적 해체 경험을 토대로 산학연 상호 협력을 통해 국내 원전산업의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협약서 체결 및 민관합동 간담회는 조선업과 자동차·기계 부품산업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권 경제에 숨통을 틔우고 침체된 국내 원전산업의 부흥은 물론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국내 원전산업 전 주기에 걸친 생태계 유지와 발전은 원전의 안전운영, 해외 플랜트 및 기자재 수출, 미래 원자력 인력 확보와 소형원자로·핵융합 발전 등 원자력업계가 미래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정재훈·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원전 해체 산업#에너지 전환 정책#고리원전 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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