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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00㎞ 속도로 경주하는 슈퍼카 ‘촌각의 다툼’ 잡아내는 럭셔리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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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00㎞ 속도로 경주하는 슈퍼카 ‘촌각의 다툼’ 잡아내는 럭셔리 워치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입력 2019-04-19 03:00수정 2019-04-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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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롤렉스는 2013년부터 공식 계측장비 파트너로 포뮬러 원 선수권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롤렉스 제공
류청희 자동차 컬럼리스트
4월 1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했다. F1과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 이번 상하이 그랑프리는 의미가 컸다. 1950년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첫 F1 세계 선수권 대회가 열린 이래 1000번째로 열린 그랑프리였기 때문이다. 지난 70여 년간 F1은 세계적 규모로 열리는 모터스포츠 선수권의 최고봉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춘 팀과 경주차, 선수들이 경쟁하는 만큼, 정확한 기록을 측정하는 것은 경기 운영에 필수적이다. 그 기록에 쓰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시간이다. 모터스포츠만큼 ‘촌각을 다투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경쟁이 또 있을까?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차들 사이의 승부가 때로는 몇백 분의 일 초 단위로 갈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을 재는 장치인 시계는 F1과 늘 밀접한 관계였다. 재미있는 것은 1950년에 처음 F1이 열린 뒤로 꽤 오랫동안 경기 기록 측정에 손으로 태엽을 감고 조작하는 기계식 스톱워치나 크로노그래프가 쓰였다는 사실이다. 경기를 주관하는 단체에서도 기록을 재기는 했지만, 순위는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에 따라 정해지므로 기록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정확한 기록을 중시했던 쪽은 출전한 팀들이었다. 예선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낸 선수부터 결승 출발 때 앞쪽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F1 경기가 열릴 때마다 선수들의 아내나 연인이 출발선 주변에서 한 손에는 스톱워치를, 다른 한 손에는 펜을 들고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린 시간을 기록하는 모습이 흔했다. 당연히 정확하기로 소문난 시계업체의 제품을 쓰기는 했지만, 사람의 손으로 조작하는 만큼 정확성은 보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기록 때문에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경주차의 성능이 높아지고 선수들의 실력이 비슷해질수록 일관되고 정확한 계측은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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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시계에 의존하던 F1 기록 계측의 모습을 바꿔 놓은 것은 디지털 기술이었다. 특히 1970년대 초반에 개발된 자동 차량 인식 계측 시스템은 계측의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유명 시계 브랜드가 F1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됐다. 이 시스템을 공급한 것이 바로 호이어(지금의 태그호이어)였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것은 페라리였다. 호이어는 페라리 경주차와 선수들의 경주복에 자사 로고를 붙이기 위해 선수 한 명당 일정 비용을 내고 골드 카레라 크로노그래프를 증정했다. 이와 같은 ‘공식 파트너’ 계약은 이후로 호이어는 물론 시계를 포함한 다른 브랜드들이 F1 팀과 맺는 협력 계약의 기준이 되었다. 호이어는 F1 공식 계측장비 파트너가 되기에 이른다.

올해 바젤월드 2019에서 위블로가 스쿠데리아 페라리 경주 팀 설립 9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시계. 위블로 제공
이후로 F1은 빠른 속도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변화 속에서도 공식 계측장비 파트너는 대부분 시계 브랜드의 몫이었다. 론진, 호이어가 TAG 그룹에 인수되어 이름을 바꾼 태그호이어, 위블로가 뒤를 이었고, 2013년에는 롤렉스가 공식 계측장비 파트너로서 장기 계약을 맺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롤렉스도 모터스포츠와의 인연이 남다른 브랜드다. 1959년에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경주 중 하나인 데이토나 레이스의 공식 파트너가 된 것을 시작으로 르망 24시간 레이스 등 세계적 모터스포츠 이벤트의 주요 스폰서 중 하나이다. 롤렉스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데이토나 시리즈가 바로 데이토나 레이스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F1 전반은 물론이고 시계 브랜드들은 F1에 출전하고 있는 팀과 선수 개인에 대한 후원도 적극 펼치고 있다. F1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태그호이어가 대표적이다. 이미 스톱워치와 크로노그래프가 주로 쓰이던 시절에도 페라리, 마세라티, 로터스 등 많은 팀이 호이어 브랜드 제품을 썼다. 특히 1985년에 태그호이어 브랜드로 재탄생하면서 맺은 맥라렌 팀과의 관계는 F1의 열기를 뜨겁게 만든 스타 드라이버들과 함께 상승효과를 이끌어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F1에서 가장 인기 있던 선수인 고(故) 아이르턴 세나는 ‘어려움에 굴복하지 마라(Don‘t Crack Under Pressure)’라는 태그호이어의 광고 캠페인의 첫 모델이었다.

현재 F1 공식 파트너인 롤렉스도 1968년에 영국의 모터스포츠 영웅인 재키 스튜어트를 시작으로, F1 출신 경주선수인 마크 웨버와 몇 년 전 은퇴한 전 F1 챔피언 니코 로즈베르크를 비롯해 F1 선수들을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후원하고 있다.

지금도 대부분의 F1 팀들의 공식 파트너 목록에는 시계 브랜드가 올라 있다. 지난해 팀 챔피언인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팀은 IWC 샤프하우젠,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은 위블로, 애스턴 마틴 레드불 팀은 태그호이어, 르노 팀은 벨 앤 로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시계 브랜드 중 F1에 가장 적극 협력하고 있는 브랜드는 리차드 밀로, 맥라렌, 알파 로메오, 리치 에너지 하스 팀의 공식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리차드 밀은 창업자가 모터스포츠 팬으로, 2001년에 브랜드 론칭과 함께 처음 내놓은 모델부터 F1 경주차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계측은 최첨단 디지털 기술에게 자리를 넘겨준 지 오래지만 이름만 대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럭셔리 시계 브랜드가 F1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F1이 유럽 상류사회에 뿌리를 둔 스포츠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계적 규모로 발전하며 세계 각지의 자본이 투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F1은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으로서 ‘그들만의 리그’를 꾸리고 있다. 세계적 기업과 자본가들이 팀에 투자하고, 정상급 팀의 선수들에게는 모든 장르의 스포츠를 통틀어서 최고 수준의 연봉이 지급된다. 전성기만큼은 아니어도 TV 중계권료와 광고 수입은 단일 스포츠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크다. 즉 F1이 갖고 있는 럭셔리 스포츠의 이미지는 럭셔리 시계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미래에도 F1과 럭셔리 시계의 밀월관계는 계속 이어질까? 장담하기는 어렵다. 당장 지금도 대기와 환경 관련 규제, 전동화와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자동차 기술의 등장으로 F1의 인기가 과거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기술 발전과 더불어 모터스포츠는 진화하고 있고, 순수 전기 경주차로 치르는 포뮬러 E처럼 최신 기술을 앞세운 정상급 모터스포츠가 차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럭셔리 시계 브랜드들이 포뮬러 E 후원을 시작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분야든 최고의 영역에서는 그곳에 어울리는 파트너들이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류청희 자동차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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