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주말 아침부터 레깅스와 반바지 차림의 러너(Runner)들로 광화문이 북적였던 이 날은 서울 국제 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그 동안 미세 먼지 때문에 답답했던 잿빛 하늘은 오늘을 위해 열심히 훈련했을 참가자들을 응원하듯 모처럼 푸른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선수들이 내딛는 힘찬 발걸음이 ‘서울의 봄’을 깨웠나 봅니다. 누군가는 기록 갱신을 위해,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또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의 추억을 위해, SNS 인증샷을 위해!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은 단 하나의 이유! 오직 ‘달리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입니다.
1931년 서울에서 열린 제1회 경성~영등포 마라톤 대회(경성대회)를 모태로 한 동아마라톤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골드 라벨 대회입니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3만 8500명이 출전했습니다.
올해 20~30대 참가자는 전년대비 6.58% 증가한 14,245명이었습니다. 최근 마라톤 추세를 보면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는 추세입니다.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생겨난 5, 10km로 달리기의 맛을 경험한 2030 마라토너들은 ‘크루’를 결성해 퇴근 후 서울 밤거리를 달리기도 합니다. 형형색색의 운동화와 레깅스를 신은 자신의 모습을 찍어 인증샷을 올리기도 하구요. 이제 러닝 안에는 건강뿐만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욕구 충족도 포함돼 있습니다. 기록에 의미를 두지 않고, 함께 즐기며 달리는 마라톤 문화가 정착돼 갑니다.
이번 대회의 풀코스는 광화문에서 시작해 숭례문을 지나 을지로 길을 따라 달립니다. 그리고 흥인지문을 지나 청계천에서 왔던 길을 돌아 종로에서 군자까지 달려 서울숲길, 어린이대공원을 지나 잠실대교를 건넙니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점이 위치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코스였습니다.
30분 이상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드는 것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하죠. 이 때는 오래 달렸어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의 공통점은 심장이 터질 듯이 힘들어서 표정은 찡그리거나 숨을 가쁘게 쉬더라도 마음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사물놀이 패와 갤러리들의 응원에 발걸음은 더 가벼워 보입니다.
이 날 마라톤으로 인한 교통 통제로 불편을 겪으셨던 분들도 많으셨을 텐데요. 포털 댓글에는 ‘차가 막혀서 영화를 못 봤다, 회사에 2시간 늦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 등등’ 불편했다는 후기가 빗발치네요. 일년을 기다렸던 마라토너들의 하루를 위해 배려해주신 서울 시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완주하신 러너 분들께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내년에도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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