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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크게 보면 살길이 있는데, 황 대표가 둘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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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크게 보면 살길이 있는데, 황 대표가 둘 수 있을지…”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19-03-04 03:00수정 2019-03-0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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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반외팔목(盤外八目). 바둑판 밖에서 보면 8집이 더 보인다는 뜻이다. 조훈현 의원(왼쪽)은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면 서너 수 앞도 안 보인다. 바둑이든 정치든 수읽기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고, 정치를 모르는 국민이 오히려 정치인보다 현명한 이유”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당대의 국수(國手)도 정치라는 바둑판에서는 어리둥절하기가 다반사였다. 자칭 고수라는 사람들이 19급도 안 둘 수를 둬 자멸하기 일쑤였으니…. 그가 속한 당도 약간의 반사이익을 얻다가 잇단 망언으로 다시 수렁에 빠졌다.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당 대표에 선출하고 재기를 모색하고 있지만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다.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큰 바둑을 두고 싶다면 돌 몇 점 잡는 데 연연해하면 안 된다”며 “탄핵, 5·18 망언 등에 대한 처리도 대국적으로 보면 답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논설위원
뭘 좀 해보려면 잇따라 터지는 악재들. 얼마나 더 내려가야 바닥이 보일까. 빈삼각을 둘 수 있어야 고수라지만, 빈삼각만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난 3년간 비상대책위만 3번이 들어섰는데 당이 좀 나아졌다고 보나.

○솔직히 그동안 우리가 그렇게 잘한 것 같지는 않다. 당 안에서야 이런저런 사람이 바뀌는 부침이 있었지만 막장공천, 탄핵 이후보다 나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내부 싸움을 멈춰야 하는데…. (안에서 여전히 싸움이 많나?) 아직도 갈라져 있으니까…. 황 대표가 내·외부 통합을 잘해야 하는데…. 일단 5·18 망언 의원 처리와 탄핵에 대한 입장 표명을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황 대표는 탄핵에 대한 입장이 애매한 것 같은데….

○탄핵은 그에게 평생 꼬리표로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잘 정리하지 않으면 꼬리표가 떨어지지도 않고, (자신은 물론 당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온 국민의 70∼80%가 인정하는데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가. 솔직히 말해 정치가 국민의 뜻대로 가야 하는 거지 우리 뜻대로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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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생각은 그런데 전대 과정에서도 보듯 한국당 내부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새 당 대표의 과제가 무겁다. 또 언론에서 언급하듯 본인이 정말로 대선을 생각한다면 (당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는 분명한 것이다. 지금 한국당 지지층의 표만 받아서는 될 수가 없지 않나. 전체 국민을 봐야지. 물론 개중에는 내 편이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것 따지면 글렀다고 본다.

●특정 세력의 입장이나 이익에 매몰되지 말라는 건가.

○돌 몇 개 잡는 거보다 대국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선수를 잡아야지 몇 점 따려고 국지전에 매달리면 이길 수가 없다. 목표가 오직 당 대표라면 자기편만 자리 주고, 지지층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꿈이 있다면 크게 봐야 한다. 탄핵도,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도 그 안에 다 포함된다. 그에게도 자신만의 바둑이 있겠지. 어떻게 둘지는 모르겠지만….

●황 대표 지지층 중에는 복당파를 배신자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난 무조건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을 만들고 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래서 떼고, 저래서 버리면 누구와 함께하나. (유승민 의원도 마찬가지인가.) 온다고 하면 다 받아줘야지. 생각이 좀 달라서 간 건데 적군한테 간 것도 아니지 않나. (들어오고 싶으면 석고대죄하고 오라는 사람도 있지 않나.) 치졸하게… 그거 하라고 하면 누가 들어오겠나. 들어오지 말라는 소리지. 그래 놓고 또 ‘나는 막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냥 조건 없이 받아야 한다.

●스스로 정치는 하수라고 했지만 정치에 묘수가 필요한가. 상식이 묘수 아닌가.


○그게 안 되는 세상이 여기더라. 이미 흑백논리가 정해져 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상대방 것은 일단 아웃시켜야 되는 걸로 보는 거지. 물론 모든 게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단 아웃이다. 처음에는 ‘왜 이러나…’ 싶었는데, 지금은 이유를 조금 알게는 됐다. (왜 그러나?) 이상한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개인적으로 만나 보면 아주 괜찮은 사람들이다. 양식 있고 무모하지 않고 대화도 되고…. 그런데 상임위 등에서 정치적인 대립 상황이 생기면 돌변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사람들이 안 따른다.

‘귀신보다 무섭다’는 자충수. 가까이서 보면 괜찮은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말했을까. 정치가 사람을 변하게 한 걸까. 혹시 나도 변하지 않았을까.


●잠시 반사이익을 얻었는데 5·18 망언으로 다시 자멸했다.

○망언 맞지. 망언 맞다. 괴물 집단이니, 세금 도둑이니 하는 말은 너무 험한 거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표현은 잘못됐는데… 5·18민주화운동 자체를 부정한 건 아니고 잘못 선정된 유공자가 있으니 가려야 한다는 말이 좀 과격해진 게 아닌가 싶다. 따질 건 따져 보고 사과할 게 있으면 하면 되지 않을까. (지만원 씨는 북한군이 개입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영웅이라고 한다.) 그건 진짜 아니고…, 6명도 아니고 북한군 600명이 어떻게 들어오나. 나도 안 믿는다. 그게 사실이면 국방이 뚫린 건데 국가가 먼저 사과하고 책임을 졌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북한군 개입설은) 인정할 수 없다.

●망언도 문제지만 징계 유보 등 사후 처리도 문제 아닌가.

○당 윤리위가 한 사람은 최대 수위인 제명을 의결했고, 둘은 전당대회 때문에 징계를 유예했는데, 당규가 그런데 어떻게 하겠나. 징계하려면 당규를 고쳐야 하는데 그럴 시간은 없고…. 이후가 문제다. 한 사람은 떨어졌지만 다른 한 사람은 최고위원에 당선됐으니…. 골치 아프긴 하지만 규정대로 하면 되지 않나 싶다.

※한국당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에서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당선인 공고 시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의 유예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도부 대응이 늦어지면서 김진태, 김순례 의원은 지난달 12일 후보 등록을 했고, 당 윤리위는 다음 날인 13일 소집됐다. 이종명 의원에 대한 윤리위 제명 의결이 확정되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의총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고향이 전남 영암이라 이런 경우에는 좀 팔이 안으로 굽을 만도 한데 안 그런 것 같다.

○나는 좀 크게 봤으면 좋겠다. 이 작은 나라에서 남북이 갈리고, 또 영호남으로 가르면 너무 웃기지 않나. 고향을 위하는 건 좋지만 각자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갈라 갈등을 부추기고, 이용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 참 웃기는 게 같은 사람이 여기 가서는 ○○의 아들이라고 하고, 저기 가서는 ○○의 사위라고 하는데… 그거 다 합치면 결국 전국구가 되지 않나. 그냥 대한민국의 아들, 딸이라고 하면 안 되나? (고향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하던가.) 지인들이 아끼는 마음에 5·18 거기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하더라. 광주 사람들이 지금 감정이 안 좋으니까 세미나고 뭐고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하하하.

●말이 난 김에… 전 전 대통령이 가끔 바둑 두자고 불렀다고 하던데….

○그가 바둑을 좋아했다. 하루는 연희동이라며 비서인 듯한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전 전 대통령이 지도를 받고 싶어 한다고 와 달라는 거다. 재임 시절에 KBS 바둑대축제(1983∼1992년)도 만들어주고 해서 갔는데, 아마 초단 또는 2단 정도는 됐다. 처음에 9점 놨는데 내가 안 되더라고…. 7점 놓으니까 비슷했다. 한 번 두고 다 알 수는 없지만 엄청 싸움 바둑이었다. 수비고 뭐고 그런 거 별로 없고 아주 공격적인…. 대통령 재임 중에 함께 둔 기억은 없고, 퇴임 후였다. (혹시 대국료 주던가? 받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에 0이 하나 더 붙을 정도로 통이 아주 크다고 하던데….) 보통 그런 분들을 만나면 주는데…, 그때가 마침 ‘전 재산이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고 법정에서 말해 화제가 됐던 때였다. 미안하다면서 그래서 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 하하하. 만약 주면 돈이 더 있다는 증거가 되니까…. 대신 뭐 조그만 선물을 주면서 좀 지나면 보자고 했는데, 그 뒤로는 못 봤다. 하하하.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추징금 2200억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거의 안 내 2003년 4월 다시 법정에 불려갔고, 이때 “내 전 재산은 통장에 29만1000원뿐”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과의 대국은 이 발언 이후였다.

●통합돼야 한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통합의 실체가 뭔가? 없어지란다고 계파가 없어지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들 그게 되겠나. 애들도 아니고…. 계파가 무슨 동호회처럼 탈퇴서를 내면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통합의 실체는, 안에서 피 터지게 싸우더라도 일단 결정되면 다 같이 승복하고 밀어 주자는 거다. 화해하라는 게 아니라.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일단 뽑혔으면 인정해 주자는 거다. 나는 찍지 않았다고 끝까지 몽니 부리지 말고.

●구성원들이 밀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그런 승복을 이끌어내는 게 리더 아닌가. 황 대표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보나.


○그게 앞으로 본인이 해야 할 일이다. 포용해서 품고 가든지, 굴복시켜 따라오게 하든지 방법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고…. 어떤 방법을 쓰든 구성원들이 따라와야 내부가 단단해지고 그래야 당도 산다. 특정 세력에 치우친 판단과 행보를 하면 전체 구성원들이 따를 리가 없지 않은가. 답은 나와 있다. 하기 나름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바둑#조훈현 의원#수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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