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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앞둔 美 정계 분위기는…워싱턴DC 방문기[우아한 청년 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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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앞둔 美 정계 분위기는…워싱턴DC 방문기[우아한 청년 발언대]

노태구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13학번입력 2019-02-14 14:00수정 2019-0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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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부터 약 2주간 서울대 국제협력본부의 국제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SNU in Washington D.C.’에 참가하여 현지의 다양한 씽크탱크를 방문하는 기회를 가졌다. 세계외교의 중심인 워싱턴에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 등 다양한 기관들이 위치하고 있다. 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SNUKOA)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 프로그램이 특히 유의미했던 까닭은 소위 ‘워싱턴 외교가의 회의론’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정계의 시각을 직접 육성으로 보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중간선거라는 국내 정치의 블랙홀에 밀려 북미협상이 주요 의제에 오르지 못한 채 답보 상태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비핵화 협상이 다시금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내가 워싱턴에 체류하고 있던 1월 18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으며 얼마 전인 2월 3일에는 명절 준비로 온 국민이 분주한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실무 협상을 위해 방한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회동했다.

서울대 국제화 프로그램 ‘SNU in Washington D.C.’에 참가한 학생들이 미국 대법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노태구 씨 제공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은 더없이 높고 준엄했다. 내가 마주한 연사들의 발언은 이러한 나의 기대와는 다소 어긋나 있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들은 공통적으로 북한이 포기한 것이 별로 없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 했으며 비핵화 협상에 대한 트럼프의 대북정책 노선에 비판적이었다. 이하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내가 경험한 워싱턴 외교가의 회의론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에 대한 나의 견해를 개진하고자 한다.

첫째, 과거 25년 간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오는 누적된 피로감이 크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지난 북미교섭의 궤적을 적게는 3번, 많게는 9번의 실패로 규정하였다. 헤리티지재단에서는 이에 대해 경찰과 도둑의 비유를 들었다. 테러리즘 및 인권 등에 대한 미국의 국내법과 국제레짐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북한이며 그 결과 안보리 등 국제사회와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를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간의 협상에서 기만(deception)의 귀책이 존재하는 것은 북한 측인데 북한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는 마치 ‘내가 오늘 은행을 털지 않는 대가로 너는 어떤 보상을 제시할테냐’하고 되묻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현재까지의 교섭 결과가 실체 있는 합의(tangible agreement)에 이르지 못했다는 인식이다. 즉, 북한이 포기한 것은 적은 반면 미국이 내준 것은 과하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1차 회담을 평가절하하면서 “편익은 불확실한 데 반해 그가 지불한 비용은 성급했고 과했다”라고 역설했다. 예컨대 지난해 6월 1차 북미회담은 비핵화, 항구적 평화와 같은 큰 틀의 원칙에 대한 합의를 담았을 따름으로 북한에게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데 이르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는 국제사회가 보는 앞에서 김정은에게 대등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며 마치 그가 정상국가의 지도자인양 행동하게 허락했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과 달리 미국은 북한과 민족 국가주의(ethnic nationalism)를 공유하지 않으므로 상황인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민족’ 개념은 남한과 북한만이 공유하는 관계적 특수성이므로 미국이 현 국면에 대해 갖는 인식은 한국에 비해 덜 낙관적이다. 남북 철도 경협에서 우리 정부는 결론적으로 유엔 대북제재위로부터 일부 의무면제(waiver)와 미국 측의 양해를 받아냈으나 미국은 앞으로 보다 긴밀한 한미공조와 국제사회에 비해 크게 앞서 나가는 우리 정부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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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찾은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노태구 씨 제공

정리하면, 내가 현지에서 마주한 소위 ‘워싱턴 외교가의 회의론’은 (1) 과거의 협상 실패 경험으로 인한 누적된 피로감, (2)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실체 있는 합의안의 부재, (3) 민족의식을 공유하는 한국과는 상이한 미국의 상황인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시각에 대해 탈냉전 이후 북미교섭의 역사적 경로는 이미 지나간 사실관계로서 앞으로도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간 과거를 근거 삼아 아직 나오지 않은 비핵화 협상을 결과를 지레 비관하는 것은 협상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스스로 잠식하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 과거의 실패 경험에 기초해 높게 쌓아올린 회의론, 혹은 합법자의 위치에서 불법자를 문책하고자 하는 이분법적 시각은 당초에 문제해결에 착수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의심케 한다. 반면 현재가 갖는 특수성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김정은은 이미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작년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강성대국 건설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을 드러내는 등 북한의 독재정권 내에 과거와 다른 상황의 변화가 있음을 드러냈다. 트럼프 또한 민주당, 공화당 어느 쪽의 전통적 문법도 따르지 않는 협상가이다. 이에 따라, 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이 지적한 대로 김정은은 현 국면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one and only chance)’임을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 시각은 2차 정상회담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2차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가 됨을 지적하고 싶다. 분명 이달 말 정상회담이 갖는 중압감과 부담은 크다. 만약 2차 정상회담에서조차 비핵화에 실체적 진전이 없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진의를 의심할 것이며 그 결과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은 닫히고 말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특정 수준에서 구체적인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다면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김정은의 진지한 태도에 대해 우선은 신뢰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본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얼마 전 프로젝트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기고문에서 양측의 실용주의적(pragmatic) 접근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비핵화의 분명한 의미에 대한 북미의 시공간적 정의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제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의 실질적 조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실무협상 단계에서 북미의 윈셋(win-set) 내에 있는 종전선언, 스포츠 문화 교류 등에 합의하는 포괄적 상호주의가 고려될 수 있으며 이것은 양측이 무행동으로 일관하는 편보다는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시각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긴밀한 한미공조를 통해 양국의 상황인식을 합치해나갈 필요성은 그 어떤 때보다 높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비핵화 협상이 어느 정도의 속도감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달 말 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내더라도 한미 양국은 공통적으로 의회의 반대파에 대한 아주 길고 고된 설득의 작업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합의는 넓은 시각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서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재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2-3년 후에는 임기 종료 후 새로이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표가 그리 여유롭지 못함은 분명하다.


미국에서 만난 한 연사는 사회과학자로서 기본적인(default) 태도는 회의적인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회의적인 것(being skeptical)과 비판적인 것(being critical)은 엄연히 다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월 2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낙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optimistic but also realistic)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북한을 마냥 맹신하자는 맹목적 순진론을 제안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최선의 조치를 취해나가자는 의미에 가깝다. 여기서 ‘문제’란 한반도 무력충돌의 위협이며 ‘해결’이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말한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한미동맹을 ‘산소’에 비유했다. 즉, 있을 때는 있는지도 모르나 없어지면 가장 먼저 찾게 된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다수의 연사 또한 한미동맹을 “미국이 그간 맺었던 동맹 가운데 최고(best among we‘ve had)”이며 따라서 “매우 소중(very precious)하다”고 평가했다. 한미의 상황인식이 모든 맥락에서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그 자체 문제라기보다 양국 간 공조가 더욱 강조되는 이유에 다름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절실하다고 본다. ’북한은 어차피 이번에도 기만 전략을 택할 것이다‘와 같이 회의론에 매몰되는 태도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상응조치로의 진전은 물론 협상 자체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현지에서 만난 우리 정부 관계자는 회의론이 너무 지나치면 같은 정보에 대해 한미가 그 경중을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 경우 양국이 상이한 정보를 토대로 협상에 임할 우려가 있다. 정상회담의 일정이 이미 고정된 상황에서 실용주의자라면 지레 결과를 비관하고 협상의 판으로부터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평화는 모든 이해당사자가 이견 없이 공유하는 공동의 이익이다. 이번 워싱턴 현지 프로그램을 통해 체험한 ’워싱턴 외교가의 회의론‘은 큰 틀에서 평화에 이르는 또 다른 방법론을 담고 있다고도 말할 것이나 그것이 미국 측의 협상력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아야 한다.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양국의 실용적인 후속조치로 이어져 2019년에는 비핵화 협상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기를 소망한다.

노태구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1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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