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중 기자의 핫코너]아름다운 이별 택한 SK 힐만 前감독의 ‘깜짝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4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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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you all and Happy new year(사랑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일 오전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낯익은 중년 외국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난해 프로야구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트레이 힐만 전 감독(56·현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주루코치). 지난해 11월 우승과 동시에 아름다운 이별을 택한 그는 “팬들의 응원과 선수들이 우승을 이끌었다. 여전히 그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의 ‘깜짝 편지’는 ‘여성시대’에 SK 우승 주역 한동민(30)이 보낸 음성메시지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16일 그가 한국을 떠난 엿새 뒤(22일) 한동민은 “아름다운 이별을 해 정말 기쁘다. 감독님 같은 야구인으로 성장 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보낸 것. 힘 좋다고 소문난 ‘원석’ 한동민은 힐만 감독의 믿음 아래 2년 동안 홈런 70개를 때린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거듭났다.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는 시리즈를 승리로 이끄는 끝내기 홈런을 각각 치며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보답했다.

‘여성시대’ 제작진도 방송 직후 한동민의 메시지를 번역해 힐만 감독에 전달했다. 한동민의 육성에 영어 더빙을 입혀서다. 제작진은 “진심이 담긴 한동민의 톤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달이 지난 올해 초 힐만 감독으로부터 생각지 못한 응답이 돌아왔다. “한동안 여행을 다녀와 이제야 확인했다”고 운을 뗀 힐만 감독은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음성메시지에 음성메시지로 화답한 것. 한동민은 “답장까진 예상 못했다. 마음 따뜻한 감독님과 선수생활을 했다는 게 영광스럽다”며 웃었다. 야구팬들에 즐거운 추억만 남기고 떠난 힐만 감독은 떠난 뒤에도 아름다웠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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