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영화 보며 삶에 대한 토론… “제2 인생의 길 보여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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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5>청주 흥덕구 은세계 작은 도서관

충북 청주시 은세계 작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들이 올해 5월 열린 인문학 특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은세계 작은 도서관 제공
충북 청주시 은세계 작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이용자들이 올해 5월 열린 인문학 특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은세계 작은 도서관 제공
“나와 가족에게만 집중했던 삶이었는데, 토론을 하면서 타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며 사회에 공헌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은세계 작은 도서관에서 영화인문아카데미 강좌를 들은 60대 후반 여성의 후기다. 이 아카데미는 노년에 타인을 만나고 우정을 나누는 내용 등이 담긴 여러 다양성 영화를 올해 16회에 걸쳐 함께 보고 토론했다. 호응이 높아 수강생이 정원을 초과하기도 했다.

은세계 작은 도서관은 청주가경노인복지관에 마련돼 있는 노인 친화 도서관이다. ‘배우고 있는 한 당신은 늙지 않는다’는 모토처럼 삶의 활기를 북돋우고 제2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작은 도서관이 나아갈 여러 방향 가운데 하나를 보여준다.

올해 4월 열린 시낭송회·작은음악회 모습. 은세계 작은 도서관 제공
올해 4월 열린 시낭송회·작은음악회 모습. 은세계 작은 도서관 제공
“봄볕처럼 화사한/라일락 향이 나는 사람…끌어안아 안기고픈 넉넉한 사람”

도서관 이용자 구명숙 씨(64)가 펴낸 시집 ‘머리맡에 둔 편지’에 담긴 ‘이런 사람이 좋더라’의 한 구절이다. 구 씨는 도서관이 진행한 ‘1인 1책 펴내기’ 프로그램을 통해 시집을 냈다. 3, 4년에 걸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책 한 권을 정성 들여 만드는 이도 있다. 도서관이 해마다 네 번 여는 시낭송회는 작은 음악회와 함께 열리는데 참여자가 70명가량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도서관에는 시력이 좋지 않은 시니어층이 읽기 쉽도록 큰 글씨로 출판한 책도 적지 않다. 박영순 씨(73)는 “큰 글씨로 나온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막 다 읽었다”며 “애들 키울 때는 바빠서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요즘은 매주 두 번 도서관에 오는데, 큰 글씨 책이 많아서 너무 좋다”고 했다.

이 도서관은 KB국민은행과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의 도움으로 올 10월 리모델링을 했다. 서가 공간이 배로 넓어졌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도 1000권 정도 새로 들였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이 어린이에게 동화를 구연하는 동아리도 만들고 있다.

오미정 청주가경노인복지관 작은 도서관 담당 팀장은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더니 어르신 봉사자와 어린이 모두 만족하며 즐거워했다”면서 “노인 친화 도서관에서 지역 사회 도서관으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은세계 도서관#작은 도서관#노인 친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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