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재능 서로 나누는 ‘행복 발전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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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3>서울 노원구 공릉도서관

서울 노원구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에서 7일 이용자들이 책을 읽고 있다. 북카페도 인기 있는 이 도서관은 동네의 복합문화복지공간이 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노원구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에서 7일 이용자들이 책을 읽고 있다. 북카페도 인기 있는 이 도서관은 동네의 복합문화복지공간이 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녜요. 비슷한 이야기가….”

올 초 공릉행복발전소 공릉도서관(서울 노원구 동일로)에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특강 ‘한국 전래 동화의 이해’가 펼쳐졌다. 강사는 얼마 전 이 도서관에서 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할아버지. 전통 문학을 연구한 교수로 은퇴해 시간이 나자 재능기부를 한 것이다.

6일 만난 한윤경 도서관 운영위원장(48)은 “공릉도서관은 주민들이 재능을 나누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내년 전국에 200여 개의 작은 도서관이 새로 태어날 예정이지만 중요한 건 알찬 프로그램을 비롯한 ‘내실’이다. 2016년 개관한 공릉도서관은 강의를 비롯해 주민 대상 프로그램의 상당수를 주민들의 재능 기부로 꾸려나가고 있다.

동네 주민이자 국립수목원에서 일하는 곤충학 박사 이봉우 씨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재밌는 곤충 이야기’ 강좌를 열었는데 70명 넘게 몰렸다. 고등학생도 팔을 걷어붙였다. 인근에 있는 경희여고 2학년 언니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동화를 들려줬다. 다음 해에는 그 후배들이 이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물려받았다. 혜성여고 학생들은 과학실험을 가르쳤다. 전 국어교사인 주민이 주말에 ‘어린이 기자단’을 운영했고 한학을 공부한 주민과 환경전문센터 강사가 독서 모임을 주관했다.

공릉도서관은 1, 2층을 더해 약 372m²로 ‘작은도서관’치고는 작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구청에서 월급을 받는 이는 사서 1명뿐. 물론 인력이 부족하다. 도서관은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도서 대출 업무와 북카페 운영을 비롯해 수많은 실무는 약 50명의 자원봉사자가 맡는다.

원래 도서관 자리는 다소 음침한 분위기가 나는 공터였다. 2013년 동네 꼬마 전재영 군(14)이 지나가던 구청장에게 “학교 끝나고 책 읽을 곳이 없다”고 건의한 게 설립의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건축 때부터 꼼꼼히 의견을 내 반영시켰다. 이전까지는 동네에 주민들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주민들은 독서를 함께하고 향이 좋은 북카페 커피를 함께 마시며 이웃이 됐고 “조용한 동네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지 몰랐다”고들 했다. 자원봉사자 정은영 씨(46)는 “도서관은 ‘내 삶의 놀이터’”라고 말했다.

경로당과 지역아동센터도 도서관과 같은 건물에 있다. 문화와 복지 서비스가 어우러진 것이다. 도서관과 아동센터가 경로당에서 미니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사서 장유진 씨(27)는 “독서왕 프로그램 참여자가 남녀노소 200명”이라며 “연말 시상식은 주민들의 잔치가 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작은 도서관#공릉행복발전소#공릉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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