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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건혁]금융위와 금감원의 무의미한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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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건혁]금융위와 금감원의 무의미한 ‘밥그릇 싸움’

이건혁 경제부 기자 입력 2018-12-13 03:00수정 2018-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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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 경제부 기자
보통 사람들은 구별하기 힘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충돌하고 있다. 금감원은 3일 금융위를 ‘재벌 도우미’라며 ‘해체하라’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금감원은 민간기관에 가까운 반민반관(半民半官) 조직이고 금융위는 정부기관이다.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 해체를 거론한 것은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과 조직 축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내년도 금감원 1∼3급 직원 비중을 지금보다 10% 이상 줄이고 성과급, 업무추진비도 삭감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를 비판하는 배경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6월 금감원에 삼성바이오 감리 결과를 보완해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금감원이 거부했다. 노조는 “금융위가 삼성을 엄호한다”며 “금감원이 금융위의 명령을 듣지 않자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노조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윤석헌 금감원장과 ‘코드 맞추기’라는 의혹도 있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요구해온 ‘금융위 해체론자’다.

이에 금융위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삼성바이오 감리 결과를 보완하라는 요구는 이 회사의 분식회계 의혹을 판단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예산으로 금감원을 길들이려 한다는 주장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올해부터 금융위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 분담금관리위원회가 금감원 예산을 심사한다. 금융위는 분담금관리위가 예산을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기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두 기관은 늘 앙숙이었다. 금융위는 1998년 4월 금융감독 관련 규정을 만들기 위해 공무원 9명으로 조직된 미니 정부 기구로 시작됐다. 이어 1999년 1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합해 만든 것이 금감원이다. 출범 순서는 금융위가 앞섰지만 덩치는 금감원이 컸다. 이후 두 기관은 감독 주도권을 두고 출범 시기와 덩치를 빌미로 결론 없는 입씨름을 했다. 지금까지 이런 이전투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 감리와 예산 논란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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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의 충돌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금융사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주고 경쟁력을 키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감원은 개인 간(P2P) 투자, 크라우드펀딩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묵은 감정싸움은 한국 금융산업과 소비자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두 기관은 한국 금융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감독원 노동조합#삼성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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