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나워트, TV화면 잘받는 외모 덕에 유엔대사로 발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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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외교전문성 부족 꼬집어
트럼프, 헤일리 이어 또 여성 임명… ‘여성 차별’ 비판여론 의식
직급 낮추려는 움직임도 반영
美 역대 유엔대사 여성 낙점 많아… 과거정부땐 고위직 가는 지름길


“공격적인 변호와 TV 화면발 잘 받는(telegenic) 외모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뉴욕타임스·NYT)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다자주의에 맞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효과적으로 팔 것으로 믿는다.”(BBC)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의 후임으로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48)을 지명했다는 소식을 전한 주요 외신들은 외교 전문성이 부족한 나워트가 ‘얼굴마담’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혹평했다.

미국의 유엔대사직은 주로 학자나 외교관, 혹은 유명 정치인 출신이 맡아온 게 일반적이다. 많은 유엔 회원국을 설득해 세계 질서를 미국 주도로 끌어가려면 그에 걸맞은 리더십과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무부 대변인을 맡기 전 폭스뉴스 앵커로 활동했고, 건강보험 관련 로비스트 경력이 전부인 나워트의 발탁은 이런 점에서 파격적이다.

미 언론은 나워트가 10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당시 사우디 정부청사를 배경으로 웃는 셀카를 인스타그램에 올린 일화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헤일리도 외교 경험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로 두 번이나 선출된 바 있다”며 나워트의 경험 부족을 지적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대사직에 유독 여성을 고집했다는 점이다. 초대 유엔 대사에 헤일리가 임명됐고, 후임으로도 여성 후보가 줄곧 거론된 데는 여성 차별에 대한 비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헤일리가 물러나면 현 트럼프 행정부의 장관급 인사 22명 중 여성은 5명뿐이다. 일각에서는 여성 문제 등을 다루는 유엔 대사 업무가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의 관심사와도 밀접해 이방카가 대응하기 편한 인물을 찾았다는 추정도 있다. 실제로 나워트는 ‘이방카 라인’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미국에서 유엔 대사직은 여성 진출이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미 럿거스대 여성정치센터(CAWP)에 따르면 나워트가 인준을 통과할 경우 미국의 6번째 여성 유엔 대사가 된다. 여성 노동부 장관(7명) 다음으로 많은 수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수전 라이스, 서맨사 파워를 거쳐 현 트럼프 행정부까지 유엔 대사직은 줄곧 여성이 차지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여성 대사 확대는 여성 고위직 확대를 추구해온 유엔의 양성평등 흐름과도 맞닿아 있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시절 유엔은 고위직 여성을 40%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중 미국과 영국이 여성 대사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유엔 대사는 고위직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유엔 대사를 거쳐 미국 여성 최초로 국무장관이 됐고, 라이스 역시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됐다.

전문성이 부족한 나워트의 발탁은 유엔 대사의 직급을 지금보다 낮추려는 공화당 측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엔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장관급으로 격상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은 이를 조정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실제로 NYT에 따르면 과거 유엔 대사를 지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2008년에도 “유엔이 미국 외교정책에서 가져야 할 역할과 중요성이 과장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NYT 등 외신들은 “향후 나워트가 장관급 아래 수준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트럼프#헤일리#여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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