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승훈]‘편의점 과밀 해소’ 대책 문제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승훈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전무
김승훈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전무
1994년부터 제기됐던 편의점 과잉 출점 문제가 최근 ‘업계 80∼100m 자율 출점 제한’이라는 방향으로 일단락됐다. 정부는 무려 24년 동안 최적의 해법을 찾겠다며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불과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편의점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십 년 이상 장사하던 골목 슈퍼가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급기야 중소형 슈퍼 3만 곳 이상이 폐점했다. 그동안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는 막대한 이익을 남겼지만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매일 24시간 운영해도 자신의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된 것일까.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이미 정부에 두 가지 해법을 제안했다. 먼저 과잉 출점을 업계 스스로 막는 방법으로 ‘가맹점 최저이익보장제’를 제안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신규 출점을 자유롭게 하되 가맹점주에게는 본사가 최소한의 이익을 계약기간 동안 보장하는 방법이다. ‘편의점 왕국’인 일본에서 이미 잘 시행되는 제도다. 물론 일본은 가맹비를 한국보다 더 많이 받고 있지만 본사가 최저이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본사도 과잉 출점을 하지 않는다. 출점 거리를 제한할 때 나타나는 기득권 보장과 독과점 및 불공정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경쟁 기업도 쉽게 출점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사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운영을 어렵게 한다는 핑계를 댈 필요도 없다.

다음으로 현재 5년인 계약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조정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현실적인 투자 금액을 고려할 때 계약기간이 5년인 것은 짧다. 인테리어와 보증금, 권리금 등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한데, 5년만 장사하고 그만둘 수 있다면 누구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본사의 요구에 약할 수밖에 없다. 다만 폐점은 쉽게 해야 한다.

‘80∼100m 출점 자율제한’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리 반길 대안은 아니다. 기존 대기업 편의점 프랜차이즈들이 담합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다른 기업의 신규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연히 기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예상되며 가맹점들은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려했던 소비자 이익 침해와 담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자율제한은 어디까지나 업계의 자율이지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하루빨리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과 함께 상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존중받는 기업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김승훈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전무
#편의점 출점 제한#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