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더 행복한 성탄절을 맞으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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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빙 크로스비의 ‘White Christmas’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새 12월입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일찍 장식하는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고,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일찍 세우면 과거의 기쁘고 즐거웠던 추억들을 더 빨리 더 자주 더 오래 접할 수 있으니까 그 추억들로, 반짝이는 아름다움으로 이 세상의 불안과 분노와 우울을 조금은 중화시킬 수 있겠죠? 행복 쪽으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과 더 친밀한 사람들은 성탄절, 연말연시를 행복한 시간이라고 느끼고, 덜 친밀한 사람들은 경제적 상태와는 관계없이 오히려 지출만 늘어서 불행하다고 여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돈을 더 많이 벌고 더 좋은 선물을 받는 것보다 특별한 날에 소중한 사람을 위해 내 돈을 쓸 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죠.

오늘 소개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고 아이들은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어린 시절의 성탄절을 기억하며, 그 즐거웠던 추억처럼 당신의 하루하루가 밝고 기쁘기를, 성탄절에는 늘 흰 눈이 내리기를 바란다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도 과거의 행복한 추억과, 현재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더 친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죠.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캐럴입니다.

디즈니 같은 이야기라며 냉소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행복의 조건에 대한 모든 연구는 늘 이렇게 순진한 결론을 내립니다. 불행한 유년기를 지냈다 해도 인생의 긴 여정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행복해진다고요. 그 사람들이 배우자와 자녀들이라면 금상첨화겠죠. 그 다음은 삶을 즐겁고 창조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능동적인 노력입니다. 물질적인 성취보다는 이 세상에 기여하는 보람, 함께 즐기는 놀이와 취미,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죠.

현재를 과거와 잘 연결시킬수록 미래를 잘 예상하고 적절한 목표 설정과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얽매이면 미래를 제대로 볼 수 없죠. 뇌과학에서는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키는 기능을 ‘작업기억’이라고 합니다. 작업기억은 현재 입력되는 정보를 이미 저장되어 있는 관련된 기억들과 연결시켜 기억시키는 것입니다. 현재와 과거가 저절로 연결되어서 통합되고 재조합되는 것이죠.

작업기억력은 통합된 현재와 과거의 정보들을 토대로 더 좋은 판단을 해서 과거보다 더 적절한 반응을 하게 하는 능력입니다. 더 나아가 미래를 예상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이죠. 이 능력이 부족하면 전체적인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기 어렵고, 미래에 대한 발전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늘 같은 길로만 가는, 단순 암기만 하는 고지식한 사람이 되죠.

작업기억력은 불안 분노 같은 정서적인 이유 때문에 저하될 수 있습니다. 정서적인 어려움의 이유는 늘 내게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죠. 그럴 땐 잠시 멈추고 현 상황과 비슷한 과거를 회상해야 합니다. 현재만 보는 근시가 된 것이 아닌지,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현재와 과거를, 나와 내게 필요한 사람들을 친밀하고 조화롭게 다시 연결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안정적인 현실을, 성탄절의 의미인 함께 나누는 사랑을, 더 희망적인 미래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만 합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빙 크로스비#화이트 크리스마스#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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