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문승일]새만금 육성안, 허언 아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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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일 서울대 공대 교수
문승일 서울대 공대 교수
새만금 방조제를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자로 잰 듯 반듯한 길이 수십 km나 쭉 뻗어 있고 한쪽으로는 서해가, 다른 쪽으로는 광활한 간척지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늘 붐비고 비좁은 도시에 찌든 사람들에게 새만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1991년 농업 식량 생산기지를 조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시작한 뒤 어언 30여 년이 지났다. 총사업비가 22조 원이 넘고 여의도의 140배 규모에 달하는 엄청난 땅이 새로 만들어지는 사업으로 지역주민은 물론이고 국민의 기대와 관심을 받으며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기대와 약속이 무성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3GW(기가와트) 태양광발전을 근간으로 하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 계획은 다시 한 번 큰 기대를 걸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혹시 새만금을 환황해 경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던 정부의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닌지, 이런 중대한 결정을 하는 데 지역주민의 의사가 무시되지 않았는지, 또 대규모 태양광사업이 환경에 큰 폐해를 끼치지나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정부는 먼저 새만금 간척지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동북아 경제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좀 더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고 오던 굴뚝형 산업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자급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먹거리와 일거리를 만들면서도 살고 싶은 주거환경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기 바란다. 앞으로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 이익을 공유해 상생하는 사업 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아무리 넓은 땅이 있어도 미래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텅 비어 있는 공간만을 보고 투자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3GW 규모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충·방전 및 마이크로그리드 같은 새로운 기술이 함께 도입돼야 한다. 이러한 사업에 투자 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선도 기업도 새만금이 세계 어느 지역과도 구별된 특유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3GW 태양광사업이 새만금을 새로운 글로벌 경제 거점으로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문승일 서울대 공대 교수
#새만금#새만금 육성안#태양광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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