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우편물 급감하는데 집배원 더 뽑겠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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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산업1부
신동진·산업1부
올해 국정감사장에서는 공공기관이 ‘보여 주기식’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풀 뽑기(한국도로공사), 짐 들어주기(한국철도공사) 등 경력과 상관없는 일회성 일자리가 난무했다.

우정사업본부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향후 2000명의 정규직 집배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권고안을 22일 낸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에서 배달 업무를 하는 직원 1만8500명 중 정규직 집배원은 1만3500명, 비정규직 상시계약 집배원은 2500명, 나머지 2500명은 민간 위탁배달원이다. 우본은 이미 5년간 상시계약 집배원 3600여 명을 공무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906명, 2015년 582명, 2016년 386명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740명, 올해 8월까지 1062명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우편물 감소와 민간 택배산업의 성장으로 집배원 1인당 배달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정규직을 2000명이나 늘릴 만큼 업무가 과중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전국 우체국이 취급한 일반 우편(편지) 물량은 31억9000만 통으로 2008년 44억5000만 통과 비교해 12억여 통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포(지난해 2억4000만 통)는 1억 통 늘었다. 우체국 수는 10년 새 100곳 넘게 줄었다. 드론과 분류 자동화 등 신기술이 현장에 도입될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직원을 더 줄일 여지가 크다.

정규직 집배원 증원은 내부 갈등도 야기하고 있다. 7000여 명의 행정·기술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우본 공무원노조는 “행정·기술직의 사망비율이 우정직보다 높고, 6급 승진까지 평균 소요 기간도 뒤처진다”며 집배원 지원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자리 창출이 정책 1순위라지만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까지 지불해야 하는 공무원 채용에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다. 정규직화에 앞서 앞으로 그 업무량이 얼마나 계속될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택배 등 우체국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민간 직원들과의 격차도 무시하면 안 된다.

신동진·산업1부 shine@donga.com
#집배원#우정사업본부#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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