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방패 삼은 이재만… ‘朴 통치자금’ 수사로 번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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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 새국면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하면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의 구속영장에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해 향후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혐의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달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 이후 재판을 거부하면서 서울구치소 독방에서 버티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 박 전 대통령 ‘통치자금’ 수사로 비화되나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국정원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른 것뿐이라며 형사책임은 부인하고 있다. 뇌물수수의 주체가 아니라 단순한 ‘돈 심부름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국정원 특활비를 아파트 구입 대금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적극적으로 자기방어에 나서면서 박 전 대통령을 ‘방패’로 삼은 셈이다.

또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모른다. (중간에서 착복해) 개인적으로 쓴 돈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안 전 비서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이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통치자금’ 수사로 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비서관이 제 살길 찾으려고 박 전 대통령을 걸고넘어졌다. 개가 주인을 문 꼴”이라며 격분했다. 이 전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을 박 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이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그동안의 업무체계로 볼 때 박 전 대통령이 먼저 특활비 상납을 지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에서 돈을 받아오겠다고 보고하고 구두로 허락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의 진술 외에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돈이 전달됐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자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특활비 상납을 승인한 사실이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을 이 전 비서관 등과 함께 뇌물수수 혐의 공범으로 추가 기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이 이 전 비서관 등에게 전달한 특활비가 현금인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뒷받침할 물증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최측근이었던 이 전 비서관과 법정에서 말뿐인 ‘진실 게임’을 벌여야 한다.

이 전 비서관과 달리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뚜렷한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은 국정원 특활비를 나눠 받은 사실을 자백했다. 이에 따라 정 전 비서관도 이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과 함께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 뇌물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 예상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이 국정원에서 받은 돈이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측근이었으므로 돈을 받은 것 자체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에는 검찰의 이 같은 법 해석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도 있어서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 전 비서관 등이 대통령의 인사권과 예산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건 법적으로 다퉈볼 부분이 있다. 검찰이 이 전 비서관 등이 받은 국정원 돈의 ‘직무 관련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부족한 업무추진비를 채우기 위해 국정원의 특활비를 끌어다 쓰는 것은 관행이다. 이 전 비서관 등이 개인적으로 쓴 게 아니라면 뇌물보다는 횡령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로 전달된 것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일축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김윤수·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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