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육아, 행복한 아이]“초등학교 2, 3학년까지는 부모가 책 읽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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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유아를 위한 독서 교육법

자녀를 ‘독서광’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부모에게 있다. 전문가는 부모가 영유아기 자녀에게 어떻게 독서 지도를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올바른 독서 교육이 자녀를 ‘책 많이 읽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독서는 내 아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모와 함께하는 독서는 아이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교육부 인가 평생교육원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가 진행한 6월 부모교육의 주제는 ‘독서’였다. 21일 서울 마포구 한솔교육 본사에서 정미라 유아교육학 박사 겸 동화작가가 ‘독서가 답이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영유아를 위한 독서 교육법을 소개했다.

정 박사에 따르면 특히 영유아기의 독서 교육이 중요하다. 아이가 책과 처음 만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생애 초기의 독서 경험은 아이가 청소년, 성인이 됐을 때의 독서 습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틈나면 책을 펼칠 수 있는 독서가로 키우기 위해 부모는 아이가 즐겁고 행복한 책 읽기 경험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 공감력 키우는 그림책

영유아기 책 읽기 경험은 상상력·창의력, 공감 능력, 읽기 능력, 인지 능력 등을 발달시키고 정서적 충만감 확보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유아가 접하는 책은 대부분 글과 그림이 함께 실려 있는 그림책이다. 정 박사는 “부모는 보통 ‘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글을 못 읽는 영유아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단초는 그림”이라며 “아이가 책장을 넘기면서 그림을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그림을 읽는다. 그 과정에서 상상력이 발달하고,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의 그림책 읽기는 공감능력도 키워준다. 정 박사에 따르면 아이들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쉽게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다. 이 시기 아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책에 몰입하다 보면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쉽게 일어난다. 현실에서보다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에게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책 읽기를 통해 아이의 정서지능(EQ)이 발달한다.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책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앞에 나온 주인공을 기억하거나, 인물이 한 말을 생각해내는 과정 속에서 인지 능력도 키운다.

○ 발달 단계별 독서 교육법

자녀의 발달 단계에 따라 독서 교육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영아에게 그림책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책을 입에 물고, 바닥에 늘어놓고, 쌓아보고, 문질러보면서 책을 탐색한다. 정 박사는 “이때 엄마가 ‘책은 읽는 건데…’ 하며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책의 속성을 이해하려고 한다. 자유로운 탐색을 저지하면 아이는 책을 싫어하게 된다”고 말했다. 책은 아이에게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자유로운 탐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고, 부모와 상호작용을 하며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는 매개체다. 이어 정 박사는 “아이가 책을 가지고 놀다가 그림, 글자에 관심을 갖는 시기가 온다”며 “그때 옆에서 함께 읽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유아기에 접어들면 영아처럼 책을 만지고 물고 빨고 쌓고 던지는 등 감각적 경험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걸 넘어선다. 이 시기 아이는 그림을 통해 즐거움을 경험한다. 아동의 발달, 선호에 따라 책의 종류와 주제는 더 다양해진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예술성이 있는 좋은 그림, 문학적으로 흥미롭고 교육적으로도 가치 있는 책을 선택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에게 책을 많이 보여주고 읽어줄수록 좋다. 정 박사는 “엄마가 글자를 가르친 뒤 책을 스스로 읽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부터 책읽기를 멈추는 아이가 많다”며 “초등학교 2, 3학년까지는 엄마가 읽어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 전집 말고 조금씩 사주기

책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르는 경험이 중요하다. 부모가 좋은 책을 다 골라서 아이에게 읽어주거나, 스스로 읽도록 하면 아이는 스스로 선택해보면서 배우는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아이가 책을 반반씩 고르면 가장 좋다. 아이가 표지 또는 책장을 넘겨보고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색깔로 표현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골라 온 뒤에 아이가 좋은 책을 골라 왔다면 “아주 잘 골랐네. 잘했어”라고 칭찬을 해주자. 이를 통해 아이는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른다.

부모가 직접 책을 골라줄 때는 다양한 그림책을 소개해주되 자녀의 관심을 반영해줄 필요가 있다.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엄마와 아이가 책을 다섯 권씩 고르고 함께 읽고 난 뒤, 아이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보게 하자. 현명한 부모는 그림책 전집을 사주는 대신에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그때그때 조금씩 사준다.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다양한 그림책을 펼쳐보고 탐색하도록 한 뒤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하면 좋다.

정 박사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반복적으로 읽는 것도 좋다”며 “반복 독서를 통해 매번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아이가 글자를 몰라 처음에는 그림을 읽더라도 반복 독서를 하다 보면 글자도 읽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자녀 책읽기#독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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