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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문기자의 기업가 열전]10여 개 기업과 ‘결혼’한 M&A 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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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문기자의 기업가 열전]10여 개 기업과 ‘결혼’한 M&A 귀재

김상철전문기자 입력 2017-03-08 03:00수정 2017-03-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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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이 새로운 디자인과 재질, 인쇄 기술로 만든 신용카드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김상철 전문기자
경기 여주에서 5남매(2남 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부모는 여주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다 서울로 이사해 미곡상을 크게 차렸다. 어린 시절 동네 어른을 볼 때마다 해맑게 웃으며 인사해 사랑을 독차지했다. 학교에 다닐 때는 통장에 돈이 조금씩 쌓이는 것을 보는 게 즐거워 용돈은 물론이고 버스비와 점심 밥값까지 아껴 저축했다.

아버지는 말이 곧 법일 정도로 권위적이고 까탈이 심했다. 어머니는 집안 분위기를 생각해 아버지의 심기를 안 건드리려고 무던 애를 썼다. 그런 아버지도 늘 밝고 애교 많은 막내딸만은 좋아했다. 쌀을 사러 산지에 갈 때마다 데리고 다녔다. 또래들이 고무줄놀이를 하며 놀 때 쌀 한 가마니를 사서 팔면 얼마 남는다는 것을 배웠다. 숫자에 밝아 고교를 마칠 때까지 부모의 장부 정리를 도왔다.

기자가 되고 싶어 신문방송학과를 원했다. 그러나 대입시험 성적이 기대만큼 안 나와 서울여대 도서관학과에 진학했다. 민주화 바람이 거셌지만 부모에게 유전자(DNA)를 물려받았는지 학생운동보다 경제·경영에 관심이 많았다. 3학년 때 통장에 있던 돈을 찾아 주식에 투자했다. 돈 버는 재미에 학비를 잠시 유용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인 모토로라에 지원해 합격했다. 내심 자랑하고 싶어 가족에게 알렸다. 부모는 “그 월급 줄 테니 다른 꿈을 가져 봐라”고 말했다. 딸의 기질과 능력을 아는 부모는 취업 대신 사업을 넌지시 권했다. “넌 뭘 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부모의 말에 용기를 얻어 창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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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장사로 부자가 된 동네 아저씨가 떠올랐다. 부모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해 종잣돈 3억 원을 빌렸다. 22세 때인 1991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가인상사를 세워 수입타이어 유통사업에 나섰다.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48) 이야기다.

매장을 타이어 판매와 설치는 물론이고 상태까지 진단해 주는 신개념 종합서비스센터로 꾸며 차별화했다. 수입타이어 주요 브랜드 5개의 판권을 확보한 뒤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와 제휴를 맺었다. 수입차 정비센터와 카센터에 타이어 정보를 제공해 판매망을 넓혔다. 타이어를 납품받은 카센터 사장 몇이 결제대금을 떼먹고 달아나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젊은 여사장이 운영하는 서비스 좋고 깔끔한 매장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몰렸다. 수년간 수입타이어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아 큰돈을 벌었다. 부모에게 빌린 돈을 이자까지 쳐서 갚고 임대용 빌딩도 몇 개 지었다. 외환위기 때는 자금난에 처한 수입타이어 유통업체 3곳을 사들여 업계의 절대강자가 됐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생각에 새 사업을 모색했다. 2003년 자신의 빌딩 일부를 빌려 쓰던 케이비씨(현 바이오스마트)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분이 있어 기업 대표를 만났더니 경영권을 방어하는 백기사가 돼 달라고 했다. 고민 끝에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신용카드를 만드는 코스닥 상장기업을 인수해 제조업에 진출한 것이다.

경영진단을 해보니 들쑥날쑥한 매출을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였다. 주문을 받은 뒤 신용카드를 만들어 납품하던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직접 연구개발(R&D) 팀장을 맡아 멤버십카드, IC카드, 스마트카드, 친환경 특수카드 개발을 이끌었다. 새 카드를 거래처에 제안해 일감을 확보하자 매출이 안정되면서 증가세를 보였다. 과당경쟁을 없애려고 국내 카드 제조업체 4곳 중 2곳을 추가로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70%대로 끌어올렸다. 해외로 진출해 태국에 전자주민증 3000만 장을 공급했다.

자신감을 얻어 2006년 유전자 분석으로 질환 여부를 판별하는 분자진단 전문기업 디지탈지노믹스(현 에이엠에스)를 인수했다. 바이오 분야는 제조업과 달랐다. 원천기술을 사업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연구비를 쏟아부었지만 10년간 매출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시료를 전용 칩에 놓으면 1시간 뒤쯤 결과를 알려주는 장비(스마트도그)를 지난해 개발했다. 유리판 위에 놓고 며칠간 현미경으로 검사하던 것을 바꾼 혁신 제품이다.

박 회장은 원격 검침 시스템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축한 디지털 계량기 제조업체 옴니시스템, 전자세금계산서(스마트빌) 서비스업체 비즈니스온커뮤니케이션, 로레알에 납품하는 라미화장품과 한생화장품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해 M&A 귀재로 불린다. “기업과 결혼했다”는 그는 총 2000억 원 넘는 매출에 만족하지 않고 계열사의 융합과 시너지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집단으로 키우기 위해 오늘도 뛰고 있다.
 
김상철 전문기자 sckim007@donga.com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회장#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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