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흥의 한반도 In & Out]쫄지 마! 트럼프와의 동맹 거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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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흥 논설위원
한기흥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미국의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핵 전투력 강화 방침을 밝히자 즉각 맞불을 놓은 것이어서 냉전시대의 핵 경쟁이 재연되는 것 아닌지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러가 실제로 핵전력 강화에 돌입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갈 개연성이 크다. 북한은 옳다구나 하고 핵 보유를 정당화할 것이고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는 좌초될 수도 있다. 어쩌면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가 시사한 ‘핵무장 허용’이 과연 가능한지를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은 아직은 먼 일이나 임박한 고민도 있다. 트럼프가 미군 철수까지 들먹이며 따졌던 미군 주둔 비용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아베 “한국 곤혹스러울 것”

 흥미로운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일미군에 대해선 “해병대와 공군이다. (다른 나라로 옮기면) 미국의 부담이 커진다”고 하면서 “한국은 곤혹스러울 것이다. 주한미군은 육군이니까”라고 한 점이다(니혼게이자이 신문 9일 보도). 주일미군의 주력인 해병대와 공군은 한반도 긴급 사태 등이 발생하면 해외에 배치되는데 일본만큼 주둔 비용 부담률이 높은 나라가 없으므로 미국이 주일미군을 옮길 걱정은 없다는 논리다. 그는 한국이 일본처럼 미군 주둔 비용을 많이 내지 않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일본엔 약 5만4000명의 미군이 85개 시설에 주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일본은 올해 4월 시작한 회계연도에 미군기지에 대한 직접 지원 예산으로 1920억 엔(약 17억 달러)을 반영했다. 일본 방위예산은 약 5조 엔(약 450억 달러)이지만 미국이 아니라면 미국이 제공하는 수준의 항공모함, 무기 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로 매년 4조2000억 엔을 더 써야 할 것이라는 게 일본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의 내년 국방예산은 40조3347억 원으로 북의 핵·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12조1970억 원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올해 9400여억 원이지만 주한미군이 없다면 안보를 위해 지출해야 할 혈세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트럼프가 한국에 동맹으로서의 부담을 더 요구한다면 마지못해 끌려만 갈 것이 아니라 차제에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협조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더 낫다. 자위적 차원에서 핵잠수함을 도입하는 것 등에 제동을 걸지 말라고 당당히 요구하면 어떤가.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도 더는 금기시할 필요가 없다.

美에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자

 한미상호방위조약엔 ‘외부의 무력공격’이나 ‘잠재적 침략자’ 같은 표현은 있어도 북한이나 북한의 침략은 언급돼 있지 않다. 전문(前文)은 “본 조약의 당사국은… 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 구조(the fabric of peace)를 강화하는 것을 바라며… 또한 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역안보시스템이 발달될 때까지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적 방어 노력을 공고히 할 것을 희망하며…”라고 돼 있다. 한미 동맹이 북의 남침 대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계산이 분명한 트럼프와 한미 동맹의 재정립을 놓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도널드 트럼프#푸틴#핵 전투력 강화#아베#한반도 비핵화#한미상호방위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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