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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여행 물거품, 재활로 4개월째 땀 뻘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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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여행 물거품, 재활로 4개월째 땀 뻘뻘

강홍구 기자 입력 2016-12-22 03:00수정 2016-12-22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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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의 눈물, 그 이후]레슬링 동메달 김현우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레슬링 동메달리스트 김현우가 밧줄을 흔들며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9월 팔꿈치 수술 뒤 지난주까지 재활 치료를 받았던 김현우는 현재 스파링을 제외한 기초적인 훈련만을 하고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올림픽 끝나면 여행부터 떠나려고 했는데 여기에 와 있네요.”

 재활이 답답할 법도 한데 목소리는 밝았다.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리스트 김현우(28)는 “선수 생활 하면서 별다른 수술을 받은 적이 없는데 꼭 올림픽만 다녀오면 수술을 받는다”며 웃으며 말했다.

 2010년 런던 올림픽 때 엄지손가락 골절을 숨기고 금메달을 따냈던 김현우는 4년 뒤 리우 올림픽 때도 동메달 결정전에서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과 예선에서의 오심 논란을 딛고 메달을 따낸 그에게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영광의 순간은 흘러갔지만 재활은 시작이었다. 김현우는 “끊어진 인대가 버텨주질 못하니 자꾸만 팔이 뚝뚝 빠지더라. 제 기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에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수술부터 받았다”고 했다. 재활에 집중하기 위해 태릉선수촌 대신 소속팀(삼성생명)으로 돌아간 김현우는 “주위 사람들도 못 만나고 좀이 쑤셨지만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재활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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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까지 재활 치료를 받았던 김현우는 이번 주부터 기초적인 체력 훈련 등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현우는 “일상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비틀기 같은 기술을 사용할 때는 통증이 있다. 내년 2월 정도는 돼야 100% 몸 상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개월의 재활 기간은 김현우에게 리우 올림픽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됐다. 김현우는 “지는 것보다 후회가 남는 것이 두려웠는데 그런 면에서 리우 올림픽은 100% 만족스럽다. 내가 아무리 간절하게 원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 큰 수확이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아쉽지만 굴곡이 있어야 인생이 재밌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동메달 결정전을 꼽았다. 김현우는 “1회전에 부상을 당하고 나서 감독님과 2회전 작전에 대해 얘기하는데 상대 선수가 내 팔만 쳐다보더라. 테이핑을 하면 이 팔만 공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맨몸으로 나갔다. 아프다는 생각도 없이 정말 무아지경으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현우가 8월 1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바닥에 펼친 태극기 위에서 기쁨에 겨워 울먹이고 있다. 동아일보DB
 경기 뒤 태극기를 펼쳐놓고 엎드려 눈물을 흘렸던 세리머니는 김현우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김현우는 “때마침 시간이 한국 시각으로 광복절 아침이어서 태극기를 힘차게 휘날리려고 했는데 팔이 아파서 흔들지를 못했다. 금메달을 땄던 런던 올림픽 때보다 더 많은 연락을 받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자랑스럽다’, ‘감동했다’는 응원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재시동을 거는 그의 목표는 완벽한 레슬링이다. 김현우는 “(예선에서 승리를 내준)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와 비교했을 때 정신적, 체력적으로는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직 내가 부족한 게 맞다. 기술적으로도 완벽한 레슬링, 누가 봐도 멋진 레슬링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대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런던 올림픽 때부터 너무 혹독하게 준비를 하다 보니 올림픽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선수로서는 늘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은 게 진심이다. 실력이 안 돼서 못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미리 겁먹진 않겠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을 끝으로 내 약점인 파테르가 사라졌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김현우에게 올해는 운동선수로 새로운 후반전을 시작하는 한 해였다. 김현우는 “인생의 꿈인 올림픽 금메달을 이뤘다는 것만으로 나의 20대는 영광스럽고 행복한 시기였다. 여태껏 레슬링을 패기만으로 해왔다면 앞으로는 베테랑으로서 노련미를 가지고 레슬링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새해 계획에 대해 그는 “당장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시작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구체적인 목표는 세워놨지만 이를 밝히면 (경쟁자들이) 경계할 테니 일단 지금은 발톱을 숨길 때”라며 웃었다. 발톱을 드러낸 김현우의 모습은 내년 2월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이 끝난 뒤에야 볼 수 있을 것 같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리우올림픽#레슬링#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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