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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가 사회안정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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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가 사회안정 지름길”

손효주기자 입력 2016-04-22 03:00수정 2016-04-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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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코리아 프로젝트 4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민주주의 실험 현장을 가다]<中> 희망의 씨앗 뿌리는 팔레스타인
창업에 도전하는 여성들 KOICA가 설립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사회적기업 GGATEWAY 사무실에서 가자 지구의 젊은 여성들이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GGATEWAY에서 경험을 쌓은 뒤 가자 지구에서 창업을 하는 꿈을 꾸고 있다. 가자=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민주주의로 향하는 길은 어렵고 정답도 없다. 역사와 문화, 종교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강제적인 민주주의 이식 실험은 종종 실패로 이어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시절의 중동지역 민주주의 확산 정책은 아랍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테러조직으로 간주되던 무장단체 하마스의 승리, 2012년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대선 승리 등 강경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선거로 집권하면서 갈등도 커졌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지만 선거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던 셈이다. 건전한 야당이나 다수의 목소리 없이 절차적 정당성만 앞세운 조기 선거는 조직을 갖추고 있던 근본주의자들의 힘만 키웠다. 선거로 가자 지구를 차지한 하마스는 ‘이스라엘 소멸’을 정강정책으로 내세우며 공존을 거부했다. 극한 대립의 결과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 통일 직후 북한을 민주주의 사회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 팔레스타인인으로 살아가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슈자위야 구역 내 리야드 하비브 씨(56)의 집. 최근 찾은 이 집 옥상 빨랫줄에는 손주 9명을 포함한 식구 16명분 빨래가 빽빽이 널려 있었다. 빨래를 비집고 옥상 난간에 서자 2km가량 펼쳐진 들판의 끝에 높은 회색 장벽이 보였다. 길이 40km, 폭 6∼12km인 가자 지구 전체를 봉쇄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세운 장벽이었다.

“20년 넘게 일을 못했어요. 예전엔 이스라엘이 임시 근로허가를 내줘서 이스라엘에서 일했는데…. 여기선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하비브 씨) 하비브 씨 부부와 아들 셋, 딸 둘 중 일하는 사람은 아들 한 명뿐이다. 아들이 채소를 팔아 버는 돈은 하루 20셰켈(약 6000원). 이 돈과 국제원조기구가 주는 식량으로 16명이 버틴다. 다른 집 사정도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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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아부스난(가명·43) 씨는 지난해 11월 가자 지구를 ‘탈출’했다. 4남 5녀를 둔 그는 아들 약을 구하러 간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임시 출입허가를 받은 뒤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서 불법 체류 중이다. 은행 청소로 번 돈을 가족에게 보낸다. 2008년 12월 이스라엘-하마스 간 ‘1차 가자전쟁’ 당시 5개월이던 아들은 포탄 파편에 뇌를 다쳤다. 여덟 살이 된 지금도 기저귀를 찬다. 그는 “전쟁으로 집도, 직업도 다 잃었다”며 “가자 지구에선 아이들에게 해줄 게 없어 수차례 시도한 끝에 도망친 것”이라고 했다.

○ 직장 없는 땅, 절망을 담은 통계

팔레스타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자 지구 실업률은 41%였다. 육로가 봉쇄돼 원자재 등 모든 물품 반출입을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가자 지구에 비해 서안 지구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그래도 실업률이 17.3%에 이른다. 세계은행은 2014년 기준 가자 청년 실업률이 60%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등 국제구호기구의 원조 없이는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UNRWA는 가자 인구의 80%가 원조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적 파장이 미친 영향은 너무도 크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비난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변화를 요구하는 쳇바퀴가 이어진다.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은 “가자를 장악한 하마스는 무기 구입, 지하 땅굴 건설, 세뇌 교육에만 치중한다”며 “이슬람 극단주의 하마스가 가자를 장악하고 있는 한 가자의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박웅철 주팔레스타인대표부 대표는 “농어업을 제외하면 가자엔 젊은이들이 작은 경험이라도 할 만한 산업이나 직장이랄 게 없다”며 “국제사회가 원조로 떠받쳐주지 않으면 가자는 곧바로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직장의 씨앗’을 뿌려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실업이 일상이 돼버린 ‘산업 황무지’ 가자 지구에 ‘직장의 씨앗’을 심고 있다. KOICA가 130만 달러를 투자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사회적기업 ‘GGATEWAY’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만난 부두르 엘팔라 씨(26·여)는 가자 지구 내 난민 현황과 이-팔 충돌에 따른 피해 상황 등을 전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는 “가자에선 3개월 단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초단기 인턴’이 최고의 직장일 정도로 일자리가 없다”며 “1년 단위 일을 안정적으로 하게 된 만큼 경험을 쌓은 뒤 ICT 창업을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KOICA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에 GGATEWAY를 홍보해 프로젝트를 맡길 기업과 단체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가자 청년들이 경험을 쌓고, 프로젝트가 끝난 뒤엔 창업을 하게 하는 ‘무한 파급 효과’를 거두는 게 목표다. KOICA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ICT 분야 창·취업을 지원하는 PASS(Palestine Start-up Support)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김영우 KOICA 팔레스타인사무소장은 “GGATEWAY 출신자들 한 명 한 명이 창업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국경과 장벽에 제한받지 않는 ICT 창업은 가자 지구에 산업의 뿌리를 만드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가자·서안=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청년#일자리#민주주의#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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