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에 물 한잔… 고기 한입前 야채 한입… 건강한 ‘1대 1’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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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건강 리디자인]
[당신의 노후건강, 3040때 결정]음주-회식 습관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젊다고 폭음을 계속하면 노후 건강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소맥 한 잔은 여러 번 나눠 마시고, 고기보다 야채를 먼저 먹는 습관을 갖는 등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젊다고 폭음을 계속하면 노후 건강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소맥 한 잔은 여러 번 나눠 마시고, 고기보다 야채를 먼저 먹는 습관을 갖는 등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식습관 개선과 비만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가정의학)은 자산관리와 건강관리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30, 40대 때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해야 노년기에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듯, 건강 역시 30, 40대 때 적절한 관리 노하우를 습득하는 게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 박 원장이 30, 40대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강관리 노하우 중 하나는 적절한 ‘음주·회식 습관 만들기’. 활발한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30, 40대에게 술자리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잦고, 많은 술을 섭취하는 ‘한국식 술자리’는 건강을 상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박 원장은 “50대부터는 술을 최대한 덜 마시고, 음식도 채소와 살코기 위주로 신경을 많이 쓰면서 생활하는 게 좋지만 한창 사회생활이 활발한 30, 40대에게 이런 식의 음주·회식 습관을 요구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술과 고기를 자주 접하지만 최대한 건강하게 섭취하고, 몸 상태에 맞게 마시는 습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술만큼 물 마시기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고깃집에 평소 술자리가 잦은 홍보와 출판업계 관계자 6명(참가자들)이 모였다. 업무상 술을 자주 마시고, 특별한 음주 관리 노하우는 없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다.

이 중 3명은 콜레스테롤(dL당 200mg 미만이 정상)과 공복혈당(dL당 100mg 미만이 정상)이 모두 ‘커트라인’(콜레스테롤 190∼199mg, 공복혈당 95∼99mg) 수준이거나 정상 범위를 넘어섰다. 당장 건강에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의사들이 흔히 말하는 50대부터 건강이 우려되는 지표를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박 원장의 음주 습관 리디자인 현장 강의가 시작됐다. 가장 일반적인 30, 40대의 회식자리 같은 상황을 구성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생삼겹살, 맥주, 소주를 시켰다. ‘평소처럼 하라’는 박 원장의 지시에 참가자들은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소맥(맥주와 소주를 섞은 술)을 만든 뒤 ‘원샷’으로 마셨다.

“역시 빠르게 마시는군요. 지금부터는 1 대 1 원칙을 지킵시다.”(박 원장)

첫 번째 진단이었다. 소맥을 마실 때 많이 쓰는 맥주잔의 70∼80% 수준으로 소맥을 담아 마신다면 3번 정도 나눠서 마시는 게 좋다. 또 한 번 술을 마실 때마다 비슷한 양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몸 안에서 알코올을 희석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만들어 알코올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이뇨작용이 활발해져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술을 덜 먹고, 바깥 공기도 접하기 때문에 몸에 주는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 고기보다 야채 먼저

고기가 익자 거의 동시에 참가자들의 젓가락은 삼겹살로 향했다. 5명은 소금, 1명은 된장을 찍었다. 모두 고기 조각의 3분의 1 이상 부위가 소금과 된장이 듬뿍 묻을 정도로 찍었다. 또 6명 중 4명은 곧바로 또 한 조각의 고기를 집었다.

박 원장은 참가자들의 고기 먹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술자리에서 고기만 먹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칼로리 섭취를 높이고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고기를 한 점 먹을 때마다 상추나 깻잎에 싸 먹든, 밑반찬으로 나온 파절임, 양파, 버섯 등을 먹든 꼭 같이 드세요. 야채를 먼저 먹은 다음 고기를 먹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렇게 야채와 고기를 동시에 섭취할 경우 포만감이 느껴져 고기 위주로 먹을 때보다 고기를 덜 섭취하게 된다. 또 섬유질 섭취도 늘어난다.

소금의 경우 박 원장은 “테이블에서 아예 없애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 대신 된장을 찍으라는 것. 또 된장도 고기에 듬뿍 묻히는 건 지양하고 스치듯 찍어야 한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다. 스치듯 찍어도 천천히 씹을 경우 짭짤한 맛을 느끼는 데는 지장이 없다.

○ 혈관과 간 기능 지표에 따른 맞춤형 전략

‘물 한 잔, 술 한 잔’ ‘야채 한 입, 고기 한 입’ ‘고기를 쌈장에 스치듯 찍기’는 모든 30, 40대가 갖추어야 할 회식 습관. 하지만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서도 회식 습관을 리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간 기능 등에 따라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간 기능 수치(GPT·40 미만이 정상)가 45인 양승덕 씨(45)의 경우 1 대 1 원칙은 적합하지 않다. GPT가 정상인 사람보다 간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 씨처럼 간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 박 원장은 ‘1(술) 대 2(물)’ 원칙을 따르라고 조언했다. 회식 때 술보다 2배 정도의 물을 마시라는 것. 콜레스테롤 191, 공복혈당 100인 이주한 씨(33), 콜레스테롤 212, 공복혈당 95인 김미향 씨(34) 의 경우 지방이 특히 많이 함유돼 있는 삼겹살의 비계 부분을 최대한 떼어내고 먹으라는 처방이 나왔다.

박 원장은 “비계처럼 기름이 많은 부위는 혈관을 막기 때문에 혈관 쪽 지표에 문제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깃집에서 마지막에 먹는 밥이나 냉면 국수는 체중을 늘리고, 소화기관에 무리를 주는 1등 요소다. 그런 만큼 누구나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 특히 공복혈당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선상에 있거나 비정상인 사람은 꼭 피해야 한다.

박 원장은 “술과 고기로 이미 부담이 커진 소화기관과 혈관에 결정적으로 또 한 번 부담을 주는 게 후식으로 나오는 밥과 국수”라며 “혈관 건강 관련 지표에 문제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철저하게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
▼ [주치의 한마디]나이들어서도 회식 즐기려면 젊었을때 덜 먹고 덜 마셔야 ▼

“술을 마시기 전에 어떤 음식 혹은 약을 먹으면 좋죠?” “술 마신 뒤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좋죠?”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30, 40대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대부분 술자리 자체를 건강하게 가질 생각은 하지 않고, 사전 혹은 사후 조치에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술과 고기를 먹는 상황에서는 사전이든, 사후든 어떤 처방을 내려도 한계가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질문을 하는 30, 40대들에게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음주·회식 습관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한다. 이는 당장의 건강을 지키는 건 물론이고 미래의 건강 지키기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복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간 기능 등의 수치에 문제가 생기고 나아가 관련 질환이 생겨 병원을 찾는 50, 60대들의 건강 습관을 조사하다 보면 공통점이 있다. 상당수가 몸에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바쁘다는 이유로 30, 40대 때 고민 없이 마음대로 술자리에서 술과 고기를 즐겼던 사람이 많다.

이들은 건강이 본격적으로 약해지는 50, 60대 때 혈관이나 소화기관이 많이 망가져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또 자신의 식습관에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지를 지적받고, ‘술을 끊고, 철저히 짜인 건강식으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게 된다. ‘사형선고’는 아니지만 먹는 재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갑작스럽게 건강식 중심의 식사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전까지 술과 고기를 제약 없이 마음대로 즐겨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포기하거나 ‘도저히 못하겠다’ ‘너무 힘들다’ ‘우울하다’고 하소연한다.

30, 40대 때 건강한 음주·회식 습관을 만드는 건 노년기에 소주 3, 4잔과 가벼운 고기 안주가 있는 술자리를 편하게 즐기기 위한 준비 과정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이 들어서도(50대 이후) 회식을 즐기려면 젊었을 때(30, 40대) 조금 덜 먹고, 마셔야 한다’는 말을 의사들이 자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
#2015 건강 리디자인#음주#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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