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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단언컨대 유리와 알루미늄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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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단언컨대 유리와 알루미늄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동아일보입력 2013-08-30 03:00수정 2013-08-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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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만개 맥주-음료수병 생산… 삼광글라스 천안공장 가보니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삼광글라스 유리공장. 내부로 들어가자 숨이 턱 막혔다. 공장 벽에 붙은 온도계는 50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규사, 석회석, 파유리(재활용하는 파쇄유리) 등을 녹여 유리물로 만드는 유리 용해로가 항상 1580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해로에서 나온 불덩이 같은 유리물이 마치 떡이 잘리듯 끊어져 금형에 들어갔다. ‘훅’ 하고 공기가 주입되자 유리물은 시뻘건 열을 내뿜으며 유리병 형태로 만들어졌다. 생산라인에 따라 오비맥주 ‘카스’, 광동제약 ‘비타500’, 동아제약 ‘박카스’용 병이 쏟아져 나왔다.

삼광글라스는 가정용 유리용기인 ‘글라스락’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 2852억 원 가운데 64%인 1850억 원은 주류회사, 제약회사, 식음료회사에 유리병 및 캔을 공급해 올렸다.

○ 명절에도 못 쉬는 유리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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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광글라스 공장은 올해 6월부터 현재까지 맥주병과 음료수 병을 하루 평균 200만 개씩 만들고 있다. 다양한 수요에 맞춰 음료업계가 신상품을 잇달아 내놓다 보니 유리병과 캔을 만드는 공장도 쉴 틈이 없다. 오성근 삼광글라스 품질관리1팀 부장은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유리공장의 핵심은 유리 용해로다. 용해로 주변이 50도에 가까워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번 점화하면 꺼뜨리지 않고 8년에서 10년 가까이 가동한다. 다시 가동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억 원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유리회사 직원들은 조상이 없다는 말이 있다”며 “명절에도 용해로 곁을 지켜야 하는 ‘유리인’의 애환이 담겨 있는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 병마다 사연이 있어

맥주병은 통상 갈색으로 만든다. 갈색 빛이 자외선을 잘 차단하기 때문이다. 김상영 삼광글라스 천안공장 공장장(상무)은 “맥주병은 평균 3∼5mm 두께로 소주병(2∼3mm)보다 두껍다”며 “탄산의 압력을 견디고 병을 다시 사용하기 쉽게 강도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프리 등 일부 맥주병이 투명한 것은 ‘헥사호프’라는 특수 호프를 맥주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헥사호프는 자외선을 받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소주는 국내 브랜드 모두 규격화된 병을 만들어 쓴다. 병을 세척해 재사용하거나 파유리를 용해로에 넣어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공장 용지에는 ‘유리병의 무덤’이라 부를 만한 파유리 재처리장이 있다. 잘게 조각난 갈색, 녹색, 투명 유리가 평균 1000t가량씩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김 상무는 “용해로에 파유리를 넣는 양이 많아질수록 유리를 녹이는 데 드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만큼 환경보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먹고 버린 빈 병 중 상태가 좋은 것은 음료 및 주류업체가 수거해 깨끗하게 세척한 후 재사용한다. 상태가 좋지 않은 병은 회수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용해로에 넣으면 유리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오 부장은 “이따금 결혼식장에 보이는 콜라나 사이다 병 테두리가 희뿌연 것은 재사용 횟수가 많은 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그렇더라도 식품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식당에서 볼 수 있는 투명한 맥주잔과 소주잔은 최근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 잔은 특유의 손맛과 촉감으로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높아 해외 근무 주재원들로부터 ‘잔을 구할 수 없느냐’는 연락이 올 정도다. 김인규 삼광글라스 관리팀 부장은 “주류업체들이 주로 판촉용으로 만드는 이 잔은 3, 4년 전부터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 캔의 날렵함

이날 오후 캔 공장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최근 야심 차게 출시한 에일맥주 ‘퀸즈에일’을 담을 캔이 생산되고 있었다. 캔 제품은 아직 시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열차의 엔진을 돌리는 듯 ‘쿵쾅쿵쾅’ 하는 강한 소리가 들렸다. 알루미늄 코일을 캔의 초기 단계인 컵 형태로 만들어주는 이 기계는 1분에 150회를 찍어내는 ‘커핑머신(cupping machine)’이었다. 돌돌 말린 10t 알루미늄 코일이 천천히 풀려나며 커핑머신을 지나자 3cm 높이의 뚜껑이 없는 컵 형태로 성형됐다.

추가 공정을 거쳐 제 모습을 갖춘 캔은 세척, 고온 건조, 인쇄, 불량 검수 절차를 거쳐 완성됐다. 빈 맥주 캔 하나는 무게 11g, 뚜껑을 포함하면 15g이 된다. 한종훈 품질관리2팀 부장은 “캔의 성수기는 6∼9월로 하이트, 드라이피니시d, 맥스, 일본 수출용 맥주 캔 등 총 6000만 개를 매달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캔을 만드는 소재로는 알루미늄이 널리 이용된다. 2000년대 초반 포스코가 스틸 캔용 소재인 석도강판을 선보였지만 국내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2007년 석도강판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김 공장장은 “철이 맥주 성분에 배어들면 맛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소비자 평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소주병 아랫부분에 ‘SK2’라고 적혀 있다. ‘SK’는 삼광의 이니셜, ‘2’는 천안공장을 의미한다.
○ 병과 캔도 족보가 있어

병과 캔에는 생산업체의 자취가 있다. 음료나 주류 업체가 병 제조업체 2, 3곳에서 물량을 공급받는 만큼 어느 회사에서 만든 캔이나 병인지 식별하기 위해서다. 병에는 회사 이니셜과 숫자가 새겨져 있다. 삼광 제품은 ‘s’ 또는 ‘sk’라고 적고, 다른 제병업체인 테크팩솔루션과 금비는 각각 ‘t’와 ‘k’로 적는다. 이니셜 옆에 있는 숫자는 공장 위치를 뜻한다.

캔에는 옆면 아래쪽에 이니셜 대신 자사 기업이미지(CI)를 표기한다. 병은 금형을 떠서 생산하다 보니 이니셜로 간편하게 표기하지만 캔은 인쇄 방식이기 때문에 CI를 넣을 수 있다.

천안=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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