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컬처 IN 메트로]영화 ‘감시자들’ 속 예지동 시계 골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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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혼수 장만하던 기쁨의 길, 백화점 상권에 밀려 쇠락의 길로…

영화 ‘감시자들’(아래 사진)의 추격전 무대가 됐던 서울 종로구 예지동 시계골목(위). 전성기와 달리 골목은 썰렁하지만 ‘모든 
시계는 예지동에서 고칠 수 있다’는 옛말처럼 여전히 시계 수리를 위해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감시자들’(아래 사진)의 추격전 무대가 됐던 서울 종로구 예지동 시계골목(위). 전성기와 달리 골목은 썰렁하지만 ‘모든 시계는 예지동에서 고칠 수 있다’는 옛말처럼 여전히 시계 수리를 위해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관객 350만 명을 끌어 모으며 흥행 중인 영화 ‘감시자들’은 ‘서울 홍보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계광장, 강남구 포스코사거리, 여의도 증권가, 이태원 등 서울의 대표적 거리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범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경찰청 감시반 베테랑 형사 황 반장(설경구 분)과 경찰대를 갓 졸업한 신참 하윤주 형사(한효주 분)는 강남 한복판 저축은행을 털고 도주한 범인들을 잡기 위해 서울 곳곳에서 추격전을 펼친다. 감시반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에서 익숙한 장소들이 끊임없이 등장해 관객들도 실제 추격전을 함께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범인 제임스(정우성 분)는 초 단위로 설계된 범행과 도주 계획으로 감시반을 따돌린다. 추격 장면 가운데 어리바리한 신참 하 형사와 황 반장이 무선으로 교신을 주고받으며 좁은 골목을 따라 제임스를 추격하는 대목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 장면은 종로4가 광장시장 맞은편에 있는 예지동 시계골목에서 촬영됐다.

예지동 시계 골목은 1960년대 청계천변 상인들이 종로로 이주하면서 형성됐다. 이후 시계 골목에 귀금속 상점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혼수 준비 장소로 1970, 1980년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등장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전화에 밀린 시계가 설 자리를 잃기 시작했고 명품 예물 시계 상권이 백화점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시계 골목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지역이 재개발 대상이 되고 종로4가 사거리 건너편 인의동 세운스퀘어에 귀금속 전문상가가 들어서면서 상당수 예지동 일대 시계·귀금속 상점들이 세운스퀘어로 이주했다. 현재 시계 골목은 2m 남짓한 폭 좁은 골목 옆으로 옛 모습을 간직한 시계 상점들이 약 200m 길이에 드문드문 들어서 쇠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수십 년 노하우가 쌓인 ‘장인(匠人)’들에게 시계 수리를 맡기기 위해 이 골목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시계 골목은 1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 종로5가역 8번 출구와 5호선 을지로4가역 3번 출구에서 가깝다.

제임스를 추적하던 하 형사가 처음으로 섬뜩한 눈빛의 제임스와 마주앉는 장소는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의 스페인 레스토랑인 ‘스페인 클럽’, 제임스의 은신처가 있는 ‘내셔널 푸트 마트’는 실제 이태원에 있는 같은 이름의 외국 식료품 가게에서 촬영됐다.

감시자들 촬영지에 대한 숨겨진 정보가 하나 더 있다. 감시반은 은행털이 멤버 중 하나인 ‘물먹는 하마’를 잡기 위해 2호선 신당역 일대를 샅샅이 수색한다. 화면에는 신당역이 등장하지만 실제 촬영은 극적인 분위기를 더 내기 위해 마포구 공덕동 시장길, 영등포구 유흥가 일대에서도 이뤄졌다. 제임스가 윗선으로부터 범죄 지시를 받는 비좁은 구둣방과 ‘17 대 1’로 싸우는 현란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음산한 골목은 서울 시내 특정 지역이 아니라 세트장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감시자들#예지동 시계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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