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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인사이드/김지영]‘장발장’이 살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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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인사이드/김지영]‘장발장’이 살아 돌아왔다

김지영기자 , 김지영기자 , 김지영기자 입력 2012-12-20 03:00수정 2019-09-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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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장발장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의 현실에, 죗값으로 치러야 하는 혹독한 형벌에 탄식한다. “잘못은 나 한 사람에게만 있는가? 먼저 노동자인 나에게 일거리가 없었고 부지런한 나에게 빵이 없었던 것은 중대한 일이 아닌가? 다음으로, 과오를 범하고 자백하기는 했지만, 징벌이 가혹하고 과도하지는 않았던가?”(소설 ‘레미제라블’에서)

한 덩어리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그는 가까스로 감옥을 나오지만 다시금 죄를 저지른다. 그의 생이 놓인 시대는 19세기, 대혁명 이후의 혼돈의 프랑스였다.

1862년 프랑스에서 발간된, 참혹한 운명을 가진 한 남성 주인공 장발장에 관한 소설 ‘레미제라블’이 15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초연 공연은 유료 좌석점유율이 95%에 달했다. 대구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이 뮤지컬은 부산을 거쳐 4월 서울에 입성할 예정이다.

휴 잭맨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레미제라블’도 18일 개봉 전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연극 ‘레미제라블’도 19일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지난 10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NRW 트로피 대회에 출전한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프리스케이팅 배경 음악도 뮤지컬 ‘레미제라블’ 삽입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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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은 1996년과 2002년에 월드 투어팀이 내한했었고, 원작이 영화화된 것만도 20여 회다. 그래도 이렇게 한꺼번에 문화적으로 소비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왜 하필 지금 ‘레미제라블’일까?

지난달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출간한 ‘레미제라블’은 총 5권(6만1000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3주 만에 3만5000부가 나갔다. 2008년 펭귄클래식코리아가 완역한 ‘레미제라블’(총 5권 6만4000원)도 최근 2주 새 바짝 수요가 몰려 3000부가 나갔다. 이 책들은 필자가 어렸을 적 읽었던 한 권짜리 단행본 ‘장발장’이 아니다. 한 권이 400∼500쪽에 달한다. “(레미제라블은)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의 소란과 1832년 6월의 폭동 등이 담긴 역사소설이며, 파리의 풍속을 묘사한 사실소설이고 혁명가 마리우스의 풍모에 작자 자신의 자화상을 투영한 서정소설”(번역가 정기수 전 공주대 교수)로 불릴 만하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세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삶이란 늘 비참한 시대를 살고 있고 있다는 공감대를 얻기 때문”이라면서 “요즘은 을(乙)의 비참함을 갑(甲)이 전혀 돌보아주지 않는 시대 아닌가. 레미제라블은 을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갑이 가져야 할 자비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고 했다. 레미제라블이 쓰인 19세기와 달리 21세기는 풍요가 넘치는 시대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소외된 이들의 상처가 있다. 레미제라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물질주의적 세태에 휩쓸려 그늘진 곳을 돌아보지 못한 데 대한 성찰인 셈이다. 작가 빅토르 위고가 서문에서 “지상에 무지와 빈곤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책들도 무익하지는 않으리라”라고 적은 대로다.

문학평론가 박철화 씨는 “레미제라블은 인간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따뜻함이 승리하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소설 속 장발장은 자신을 죄인으로 낙인찍은 자베르 경감이 시민군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을 때 그를 구해 준다. 죄인이라는 이유로 양녀 코제트를 장인에게서 떼어놓으려던 젊은 마리우스를 향해 장발장이 보여주는 것도 한없는 용서와 인간애다. 이념보다 앞서는 것은 인간적 품격이라는, 해묵어 보이는 주제를 레미제라블은 이 혼돈의 한국 사회에 던져 놓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장발장#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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